이슬람교는 8세기 광범위한 세력을 형성했다. 스페인의 알람브라궁전, 터키의 블루모스크 등 각 지역에 이슬람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슬람교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터키의 대표적 이슬람 건축물인 블루모스크 전경.
이슬람교는 8세기 광범위한 세력을 형성했다. 스페인의 알람브라궁전, 터키의 블루모스크 등 각 지역에 이슬람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슬람교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터키의 대표적 이슬람 건축물인 블루모스크 전경.
최근 이란에 대한 UN과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발표에 따라 중동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이란을 주요 미개척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하며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이란을 포함한 중동 시장은 한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금도 플랜트, 원전 등 굵직한 수출건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이슬람권에 대한 관심은 주로 테러를 포함한 정치 문제와 원유 가격 정도에 머물러 있다.

[BIZ Insight] 이슬람 경제 뿌리는 무역…'선물 문화' 발달
이슬람권 시장을 활용한 한국 기업의 성장과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이슬람권 문화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흔히 중동이라고 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을 포함한 아라비아반도 6개국(걸프협력회의국·GCC)과 이란,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기업이 주로 활동한 지역이기 때문에 이름이 친숙한 곳이다. 이들 국가가 믿는 종교가 주로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통칭 이슬람(아랍어로 ‘수용’ ‘복종’의 의미)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아랍민족이 주를 이룬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은 중동지역 외에도 많다. 리비아 모로코 같은 북아프리카 지역과 터키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사는 인도네시아(인구 약 2억5000명의 90% 정도가 이슬람교도)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57개국에 약 17억명의 이슬람교도가 있다. 따라서 국가별 민족의 이름과 종교 이름으로서의 이슬람은 구별해 사용해야 한다.

이슬람 종교와 아랍민족 구별해야

이슬람교를 믿는 종교인을 무슬림이라고 말한다. 한국에도 7만5000여명의 무슬림이 있다고 한다. 무함마드가 610년 메카 북쪽 히라산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듣고 창시했다고 알려진 이슬람교는 4세기께부터 발생한 동로마제국과 페르시아, 튀르크(터키) 간의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중 틈으로 급격히 전파됐다.

8세기에는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지금의 스페인), 인도 및 중앙아시아에 걸쳐 광범위한 세력을 형성했다.

지금도 스페인의 알람브라궁전, 터키의 블루모스크 등 각 지역에 이슬람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당시부터 근세까지 이슬람교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아랍어로 ‘읽으라’는 뜻)이 관용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낮춤을 기본으로 검소함을 강조하고, 7세기까지 퍼져 있던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와 구약, 신약 일부를 포함하고 있어 전쟁으로 고단했던 민중에게 어렵지 않게 종교로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요즘 ‘이슬람국가(IS)’라는 이름의 테러 조직이 나타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이슬람교 종파가 많이 알려지고 있는데, 수니파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정통성을 따르는 교리(수니는 ‘따르는 자’의 의미)로서 걸프협력회의 6개국이 주로 믿는 교파다.

시아파는 당시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를 따르는 교리(시아는 ‘떠나가는 자’란 의미)로 이란과 이라크 등에서 주로 믿는 교파를 말한다.

1980년대 발발한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은 같은 시아파지만 이라크 지배계층이 수니파로 구성돼 있어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리전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모든 종교에 경전이 있는 것과 같이 이슬람교에도 기본서인 코란과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재한 경전인 순나(유교의 ‘논어’ 같은 역할), 예언자(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를 신이 아닌 선지자로 여긴다) 무함마드의 언행을 제자들이 기록한 하디스(Hadith)를 경전으로 삼아 읽고 공부한다.

서울 ‘테헤란로’ 이란에 ‘서울로’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있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과 대다수 중동 및 이슬람권 국가 간에는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세계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권 문화는 아직 낯설다.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소설 속에 나오는 무역상이 사막지역에서 다수 활동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곳에서 파생된 이슬람교는 무역 중심의 종교다. 이에 따라 이슬람 사회는 아직도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고, 상대방에 대한 선물 문화가 발달해 있다.

무역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품을 분실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었다. 낯선 외부인을 신뢰하기까지는 많은 교류가 필요하고,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부족문화 유지를 위해 부족 내에 나눔문화와 상부상조 정신이 강조된다.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검소함이 종교적 미덕이 돼 명예와 자존심이 강한 특성이 있다.

식품을 포함한 일상생활 및 경제활동에서 할랄(‘허용하는 것’이란 의미)이란 용어가 사용되는 것도 이슬람교 원리에 부합하는 활동을 강조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무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이슬람 경제는 1908년 5월 이란 남부 사막지대에서 원유가 발견되고, 1950년대부터 중동 각국이 자국 원유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오일머니를 투자해 건설·플랜트산업을 일으키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함께 중동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성장률도 2011년 8.6%에서 지난해 4.0%로 하락했다. 이란도 서방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2010년 5.9%이던 성장률이 -6.8%를 거쳐 지난해 3.3%로 내려갔다.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권이 2011년 1월 튀니지의 자스민혁명을 모멘텀으로 한 ‘아랍의 봄’ 이후 경제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 안에 기회가 있듯이 한국 기업이 중동 지역 진출을 통한 이슬람권과의 동반성장 기회를 잡아야 하는 중요한 동기이기도 하다.

정영천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