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탄소가 돈이 되는 시대
지난 주말 아침 일찍 꽃구경을 나서는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며 가족들이 모두 걱정했다. 어릴 적 이맘때면 마음 놓고 들판을 뛰어다녔던 나로선 외출하기 전 바깥 공기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 시대가 낯설기만 하다. 완연한 봄소식을 즐길 기쁨보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니 찰나 같은 봄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약 이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이 최우선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기후협약 총회에 참석한 195개국은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에 본격 착수하게 됐다. 나라별 여건을 감안, 5년마다 각국이 설정한 자발적 감축 목표를 내걸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속한 것이다.

한국은 제조업 발전량의 약 70%를 석탄 및 천연가스에 의존한다. 제조업 생존을 위해선 산업구조의 근본적 개혁이 필수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했다. 또 에너지 진단과 온실가스 절감 프로그램 개발 등 각종 방안이 제시됐다.

제조업계는 탄소배출과 관련해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제조업에 몸담은 나 역시 에너지 절감을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특징을 활용해 나라별 생산 현장의 에너지 절감 상황과 개선 방법을 비교하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비(非)가동시간에 발생하는 손실에너지 감축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 한국 창원공장은 지난해 약 3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비법은 단순하다. 작업하지 않는 시간에 모든 전원플러그를 뽑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다만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인식 전환과 참여 노력이 필요했을 뿐이다.

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최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개개인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진 못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 방법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나무를 심는 등 작지만 중요한 습관의 변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봄날, 가족과 함께 꽃구경 정도는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든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