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제한 판결 논란

[뉴스의 맥] 대형마트·전통시장 상생, '사회적 목적 규제'가 답이다
서울시 동대문구청장과 성동구청장은 2012년 11월 ‘유통산업발전법’ 및 동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조례에 근거해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 제한 및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롯데쇼핑, 홈플러스, 이마트 등 6개 대형마트 운영회사(원고)는 이들 지방자치단체장(피고)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여러 이유를 들어 구청장이 원고들에 내린 이 사건의 각 처분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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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2015. 11. 19. 선고 2015두295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청장들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3일 원고의 항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대형마트들은 조례로 정한 영업시간을 지켜야 하며 월 2회의 의무휴업을 해야만 하게 됐다.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로 다양한 공익적 요소를 검토하고, 특히 중소 유통업자 및 전통시장 보호를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과연 공익적 관점을 충분히 파악했는지는 의문이다. 영업과 관련한 공익적 관점은 먼저 경제학적 분석이 선행돼야 설득력을 지닌다. 사실 지금까지 존재한 이익이 갑자기 없어지면 그 충격이 크지만, 존재하지 않은 이익이 갑자기 생겼다고 해도 충격은 크지 않다. 따라서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매출 축소의 충격은 큰 데 반해, 대형마트의 매출 축소만큼 전통시장의 매출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으므로 전통시장의 체감 이익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임대점포 점주도 영세상인

대형마트 한 곳에도 수십 개의 임대점포가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대규모 점포에 입점한 병원, 미용실, 사진관, 식당, 약국, 안경점, 꽃집 등 임대매장은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대점포 점주들은 대부분 대규모 점포와 계약을 맺은 독립된 영세상인이다. 이들은 대규모 점포와 운명을 같이할 이유가 없고, 대형마트가 휴업한다고 해서 이들도 덩달아 쉬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대규모 점포에 부수하는 임대매장이라 하더라도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된 이상 개별 점포의 실질을 일일이 따질 것 없이 ‘대규모 점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임대매장에 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영업시간 제한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많은 대규모 마트에 물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자에게도 타격이 가해졌다. 중소 유통업자 및 전통시장 보호를 강조하다 보니 임대매장 업주나 납품업자에 대한 공익적 요소는 도외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갈등 부추기는 규제

대체로 농민 전체, 영세민, 일반 유권자, 소비자 등은 세력의 조직화에 비용이 많이 들고 그에 대한 유인(incentive)은 마땅치 않아서 그들의 일반이익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보호도 공익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형마트가 성업을 이룬다고 하는 것은 곧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뜻하므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많은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 대법원은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소비자의 공익은 충분히 고려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은 보호돼야 한다. 외국에서도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 유통업자들이 갈등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대규모 점포 등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 유통업자 보호를 대형 유통업자와 중소 유통업자의 대결 구도를 전제로 해, 한 쪽을 막아야 다른 쪽이 살아난다는 단선적인 직접적 규제는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기 때문이다.

미국은 직접규제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용도지역제(zoning) 등 간접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용도지역제란 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소음으로부터 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토지의 용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프랑스도 대규모 점포의 무질서한 증가로부터 영세사업자 보호 및 중심 시가지의 독립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1970년대에 ‘르와이에법’(La loi Royer)과 1996년 ‘라파랭법’(La loi Raffarin)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들 법률이 중소 유통업자를 보호해주지도 못하면서 엄격한 허가 절차로 인해 진입장벽을 형성했고, 오히려 기존 대형 점포가 지역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소비자의 편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2008년 ‘경제근대화법’(Loi de modernisation de l’conomie)을 제정해 규제를 풀었고 2015년에는 소매점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했다.

환경·고용 등 종합적 고려해야

일본에서도 중소 유통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4년 ‘대규모 소매점포의 소매업 사업활동 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유통산업 선진화를 저해하며 오히려 중소형 소매점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이 법률은 폐지됐다. 대신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이 제정되면서 중소 유통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적 목적 규제’가 아니라 환경·교통·고용 등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목적의 규제’가 이뤄졌다. 결국 중소 소매점의 다양한 생존전략에 따른 경쟁력의 강화, 전체 유통업 고용 증가, 소비자 효용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전통시장과 영세 소상공인은 보호받아야 한다. 다만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이 지향하고 있는 바와 같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인의 대결 구도를 전제로 하는 ‘경제적 목적 규제’가 아니라 환경·교통·고용 등 사회적 목적 전반을 고려한 ‘사회적 목적의 규제’가 답이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