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원 수가 2011년 이후 4년 만에 줄었다. 은행들이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등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영업점을 줄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 정년 연장을 앞두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현상 유지 또는 축소할 계획이어서 은행원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핀테크 열풍'에…은행원 4년 만에 줄었다
◆1년 새 1889명 준 은행 일자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5개 은행(수출입은행, 수협은행 제외)의 지난해 말 임직원 수는 11만6932명으로 2014년(11만8821명)보다 1.4%(1889명) 줄었다. 은행원 수가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은행원 수 감소는 핀테크 확산 영향이 컸다.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 기술 발달로 은행 창구를 찾는 금융소비자가 매년 급감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지점에 들러 입·출금, 계좌이체를 하는 소비자 비중은 2013년 말 12.2%에서 지난해 말 11.3%로 줄었다. 반면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자는 87.8%에서 88.7%로 늘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2012년 7698개이던 은행권 전체 영업점은 2013년 7599개, 2014년 7401개, 지난해 7305개로 줄었다. 4년 새 400개 가까운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은행원 수 감소엔 희망퇴직 영향도 있다. 올해 정년 60세 적용에 앞서 주요 은행은 희망퇴직을 통해 대대적으로 인력을 줄였다. 정년을 앞둔 행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곳이 많았지만 젊은 직원을 상대로 퇴직 신청을 받은 은행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40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국민은행이 1291명, KEB하나은행 924명, 한국SC은행이 961명을 줄였다.

◆핀테크 추세로 은행원 더 줄 듯

금융권에선 은행원 수가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핀테크 확산으로 무인점포를 도입하는 은행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인력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생체인증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용자 본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신한·KEB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은 자동화기기로 계좌 개설,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은행들이 영업 점포망을 재조정하고, 무인점포를 늘리는 등 핀테크발(發)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영업창구에 10~20명의 직원을 배치하고 은행에 오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영업방식이 수년 내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신입사원 채용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과 대구은행부터 채용 인원을 줄였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개인금융서비스(RS) 직군에서 지난해보다 20명 적은 140명을 뽑는다. 대구은행도 상반기 7급 정규직 직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 70명에서 올해 50명으로 줄였다.

다른 은행도 올해 채용 계획을 축소한다. 지난해 899명(대졸 정규직, 고졸, 시간선택제 등 포함)의 직원을 뽑은 신한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소폭 줄일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부 직군에 대해 올해 채용 인원을 작년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명/김은정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