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의 다리에 강한 악어의 턱, 독수리의 날개 등 좋다고 하는 것들을 다 합친 동물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괴물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정책 기조가 시장 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스적 처방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급주의 경제’로 옮겨가고 있듯이 한국에서도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었다. 좋은 정책이라고 무조건 쏟아내면 부작용만 커진다는 뜻이다.

“우리도 중국처럼 공급 중심의 경제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의 지적에 유 부총리는 “그동안 정부가 공급 중심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특히 규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공급주의 경제학은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면 투자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일자리와 가계소득, 내수 소비도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유 부총리는 규제 개혁 성과에 대해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 개혁을 최소 20년 이상 얘기했지만 지금도 규제 개혁을 언급할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어 “그만큼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적어도 신(新)산업군에 대해서는 대통령 말씀대로 규제라는 것을 물에 다 빠뜨려서 살릴 것만 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미래 대응 추진 방향’을 설명하면서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14개 시·도에 도입할 규제 프리존 제도 △예외적인 경우에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신기술·융복합 산업 같은 그레이존에 대한 신속한 규제 여부 확인 제도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개혁 대책을 꼼꼼히 소개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