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난관에 봉착한 한국 경제, 규제혁파로 뚫어라
한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수출은 전례 없이 저조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역대 최장인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수회복도 요원해 보인다. 고용 불안과 주거비 부담 증가 등 단기간에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쌓여 있다. 청년 실업률은 올 2월 12.5%로, 2012년 8.3% 이후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글로벌 경제 또한 미국을 제외하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지난 2월 아시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양적 완화를 늘리고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하는 등 파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대규모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최근 회복되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를 제외하면 산업 전반이 좋지 않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진한 수출은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고 있다.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데 이 여파가 한국 금융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하지만 소리 없는 진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3년간 시행된 일본 아베노믹스 정책은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해 보이지만, 제조 기업들의 본국 회귀와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확대 효과를 낳고 있다. 중국 기업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은 달아나는 일본,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짙은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유가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산업 등 일부 산업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의 나홀로 금리 인상 기조 덕분에 원·달러 환율도 수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외 환경도 긍정적인 측면이 엿보인다. 우선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주로 수출 감소와 투자 둔화 때문이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내수 소비는 한국에 기회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화장품, 의류 등 일부 소비재의 판매 호조로 수출 상품이 자본재에서 소비재로 다원화하고 있다. 아직 대중(對中) 수출 중 소비재 비중은 5% 남짓이어서 소비재의 수출 증가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고로 바라보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당분간 저유가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주 요인은 공급 과잉인데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므로 앞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다. 최근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조치는 기업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일조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규제 혁파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은 힘들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낸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 줄 때다.

김태옥 < 시호그룹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