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疏)통'하면 '소(笑)통'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통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다.

소통은 모든 전략 수행의 기반이다. 동시에 소통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통신이 끊기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듯이, 소통을 잘하기 위해선 먼저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말로 달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마다 새 말을 제공하는 역참을 만들고,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파발병을 수시로 교대시켰다. 이처럼 정교하게 구축한 소통 시스템과 프로세스 덕분에 그 옛날에도 변방에서 중앙까지 소식을 전하는데 단 며칠이면 충분했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사례를 오늘날의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직원들의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구축한 것에 비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조직 내 소통을 활성화할 수 없다. 소통을 “우리 이제 소통합시다” 하고 시작하는 일시적인 이벤트로 여겨선 안 된다. 소통을 “‘소’리치면 ‘통’하는 것”, 대화를 “‘대’놓고 ‘화’내는 것”, 공감을 “‘공’공연하게 ‘감’정에 상처 주는 것”으로 왜곡해서도 곤란하다.

무엇보다 구성원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의 자세가 중요하다. 리더는 언제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 즉 메신저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직이 나아갈 방향이 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된다. 그런 만큼 이해하기 쉽고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통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구성원의 가슴 속 열정을 자연스럽게 불타오르게 해야 한다.

‘소(疏)통하면 소(笑)통이다.’ 신한은행 본점 곳곳에 걸려 있는 글귀다. “현장과 본부가 막힘 없이 소통해야 조직 전체에 웃음이 넘친다”는 의미다. 비단 신한은행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전략이 있는 소통, 진심이 담긴 소통을 통해 항상 즐거움과 활력이 가득하길 소망한다.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