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또 한국을 언급하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냈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현지 미군의 주둔비용 분담금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한국은 매우 부유하고 위대한 산업국가”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고 기동훈련을 하지만 우리가 돌려받는 것은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a fraction)에 불과하다”고 구체적인 설명까지 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그는 기행과 막말로 더 관심을 끌었다.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 역시 그런 발언쯤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그가 공화당 유력주자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미국 유권자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있게 봐야 한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서 ‘미국이 세계 최강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의 4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50~64% 정도가 나오던 역대 조사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군사비를 늘려야 한다’는 답변 역시 37%로 최저였다고 한다. 군사비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세계 최강국이 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트럼프가 파고들고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공화당인 레이건, 부시 대통령 시대와도 다른 소위 ‘불간섭주의’와 실리주의 국방·외교정책을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점점 구체화하고 있는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 정부가 무언가 작은 해명 노력이라도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잘못 방치하면 트럼프가 언급할 때마다 기정사실로 굳어진다. 우리 국방부가 논평을 내거나 주미 한국 대사관이 설명을 하는 등 공식 절차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캠프’에 올바른 정보 제공은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2014년 기준 주한미군 주둔 관련 방위비 분담비용이 9200억원에 달하고 간접지원액을 포함하면 1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누군가는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와 그의 ‘한국 무임승차론’을 더 이상 방치하다간 낭패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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