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도 경기 안 살아나
미국·중국 등 복잡해진 대외변수에 금융시장 살얼음판

지난 2014년 4월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년 임기의 절반을 마치고 반환점을 돌았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국내경기가 타격을 받는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왔지만 앞으로 남은 2년의 임기에도 만만찮은 도전과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내 거시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준금리를 4차례나 내렸지만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부진 우려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감이 커진 상태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수장으로서 이 총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이라며 경기 부진 타개,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한 선제 대처 등을 주문했다.

◇ 시장 안정과 소통은 합격점…한은 독립성은 '글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주열 총재의 지난 2년간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조치나 금융시장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전임 김중수 총재 시절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 등에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기대가 고조될 때마다 '매파(통화긴축 정책 선호) 본색'을 드러내며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기대에 끌려가거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단호하고 일관된 '시그널'(신호)을 금융시장에 주었다.

올 초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로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 4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구두개입을 단행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대외여건의 변화가 매우 컸는데 그에 비해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면서 "외환시장 등이 과도하게 출렁일 때 적절하게 개입해서 안정시킨 점은 상대적으로 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있다.

이 총재가 2014년 9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해 최 부총리와 별도의 회동을 가졌는데 최 부총리의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말해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러왔다.

◇ 경기 부진에 대외불안…산적한 과제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50%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이처럼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국내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받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주열 총재는 2014년 4월 1일 취임 직후부터 국내 경기를 강타한 세월호 사태 여파와 맞서 싸우는데 매달렸다.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경기가 얼어붙었는데도 그해 8월에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늑장 대응이란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5월 말 메르스 사태로 경기가 또다시 꺼질 조짐을 보이자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내려 경기 부진에 대응했다.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여서 한은에 과감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자국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미진한 경기회복세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논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고 나서 금리를 내리면 소용이 없다"면서 "전통적 형태의 통화정책에 머물지 말고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과 요구에 대해 이 총재는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지만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거나 중국의 불안 요인 때문에 금융시장에 또다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한은의 대응책이 주목된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무더기로 교체될 예정이어서 이 총재는 새로 취임한 금통위원들과 함께 국내외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면서 "금융안정과 경기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