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대 주력 수출품목이 10년째 그대로라는 한경 보도(3월25일자 A10면)다. 지난해 10대 수출품목을 2005년과 비교한 결과, 순위만 일부 바뀌었을 뿐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것이다. 수출 상위 10대 지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오히려 커졌다. 간판 수출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수출지역 역시 다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기계 등 한국의 간판 업종이 그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켜왔다는 의미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경쟁국들의 주력 수출 품목과 지역이 크게 변한 것에 비하면 정체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선 10년 전엔 없던 차량 및 부품이 지난해 수출 7위 품목에 올랐다. 일본은 광물성 연료, 독일은 항공기와 우주선, 대만은 화공품이 새로운 유망품목이 됐다. 경쟁국들은 수출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독일의 수출 1위 대상국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반면 한국은 수출 1위 대상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10년 사이에 21.8%에서 26%로 크게 높아졌다. 새로운 수출동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 신산업이 안 나온다. 기업가 정신 부족도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낡은 규제 프레임이 문제다. 산업이 정부보다 빠르다지만, 외국에 앞서 신제품을 개발해봐야 규정 미비로 인증을 못 받아 외국에 가서 허가를 따오는 실정이다. 혈당 관리용 스마트폰 앱,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장기,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등 법에 막히고 규제에 걸려 못 하는 신산업, 신기술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수출을 폄하하는 소리조차 그치지 않는다. 반(反)기업, 반시장을 외치는 경제민주화가 부활할 기세다. 곳곳에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즐비하다.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