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안전을 지키는 것이 지름길이다
남녘인 경남 창원은 매화를 시작으로 앵두꽃 살구꽃 등 각종 꽃이 고개를 내밀며 봄 내음을 물씬 풍긴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봄은 다르다. 2~4월 해빙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시기다. 지표면 사이에 얼어 있던 수분이 녹으면서 지반이 약해져 지반 침하가 빈번해지고, 이것이 공사장 시설물 균열과 붕괴의 원인이 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1000명 가까운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그중 건설업계 비율이 45.8%로 가장 높았다. 건설 현장의 안전은 비단 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건설 장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필자의 회사에서도 안전은 절대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볼보그룹은 창사 이래 지난 90년 동안 안전을 최고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최근 볼보그룹은 국내에 높은 건축물을 안전하게 파쇄하는 철거 전용 굴삭기를 내놨다. 이 장비는 작업 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장비를 인도하기 전에 장비 주문자와 함께 미국의 철거현장을 견학하며 1주일간 현장 체험과 안전교육을 했다. 건설 장비는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는 물론, 이를 운용하는 작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더 두텁게 쌓을 수 있었다. 안전은 단순히 구호만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오래전 필자가 볼보에서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접했을 때만 해도 관련 업무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 스웨덴 본사 직원들에게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았다. 일의 진척이나 스케줄과 상관없이 안전에 관한 이슈라면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해진 원칙을 고수하는 게 그들의 모습이었다. 필자의 관점에서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듯싶다”는 작은 사안도 절대 타협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한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안전을 지키는 게 지름길이라는 것을.

짧은 기간에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는 데 기반이 된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에 안전의식을 더하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한국은 세계 최상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