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국제도서전이 '책 장터' 면하려면
“도서전에 참가한 출판사들은 돈을 벌려고 오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책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지난 20일 막을 내린 2016 파리도서전에 참가한 프랑스 대형 출판사 갈리마르의 한 편집자가 한 말이다. 파리도서전은 저자·출판사와 독자의 만남을 위주로 한 소비자 대상(B2C) 도서전이다. 올해 도서전 참가자는 20만여명. 책 축제로서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도서전을 찾는 배경에는 출판사의 노력이 있었다. 출판사들이 차린 1000여개 부스에서는 저자 사인회를 비롯해 ‘독자와의 만남’ 등이 잇달아 열렸다. 서점처럼 책을 진열한 서가 앞에서는 편집자들이 독자와 1 대 1로 책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에서도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올해는 6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도서전은 저작권 거래뿐만 아니라 파리도서전처럼 ‘B2C’ 역할도 맡고 있다.

하지만 몇 년째 책 축제보다 ‘책 장터’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4년 11월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몇 달 전에 열린 서울도서전에선 독자를 위해 다양한 책을 전시하기보다는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리는 출판사가 많았다. 인력과 비용, 시간을 들인 만큼 ‘본전’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도서전에선 유명 출판사 대부분이 발을 뺐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일정이 바뀌고 규모가 작아진 탓도 있지만 강화된 도서정가제로 인해 할인 판매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펴내도 독자와 만날 기회가 적다고 호소해온 출판사들이 정작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는 행태에 출판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파리도서전을 지켜본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강화된 도서정가제를 핑계로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지 않는 출판사들의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서 읽기를 바라면서도 독자와의 접점인 도서전을 외면하는 출판사들은 파리도서전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상익 파리/문화스포츠부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