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식습관은 정자와 난자에 그 정보가 담겨 자녀에 대물림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뮌헨 헬름홀츠센터(Helmholtz Zentrum Muenchen)의 페터 후이펜스 박사는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그의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들을 3그룹으로 나누어 6주 동안 각각 고지방, 저지방, 보통 먹이를 주었다.

그 결과 고지방 먹이를 먹은 쥐들은 비만해지고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포도당 내성이 생겼다.

연구팀은 이어 각 그룹의 쥐들로부터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만든 배아를 대리모 쥐의 자궁에 이식했고 이로부터 자손들이 태어났다.

대리모를 사용한 것은 난자와 정자에만 담기는 후성유전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고지방 그룹'에서 태어난 쥐들은 고지방 먹이를 먹으면서 살이 쪘다.

특히 부모가 모두 비만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쥐들은 한 쪽 부모만 비만한 쥐들에 비해 더 많이 먹고 체중도 훨씬 많이 불었다.

특히 암쥐들이 지나치게 살이 찌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어머니의 영향이 아버지보다 더 크다는 의미일 수 있다.

숫쥐들은 암쥐들에 비해 포도당 내성이 더 심했다.

반면 '저지방 먹이' 그룹에서 태어난 쥐들은 체중과 혈당이 가장 낮았다.

부모의 비만과 당뇨병 위험이 이처럼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은 후성유전학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후이펜스 박사는 설명했다.

후성유전학이란 유전자 자체, 즉 DNA 염기서열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DNA 메틸화(methylation)에 의해 나타나는 DNA 구조 변화와 이의 유전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환경 노출과 흡연 같은 생활습관에 의해 촉발될 수 있으며 다음 세대까지 유전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 쥐실험 결과는 부모는 환경영향 노출에 의해 습득한 특성읕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찰스 다윈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유전학 전문지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