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유가가 돌변했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60원 선까지 뚫은 끝에 1162원50전까지 내려갔다. 이틀간 30원90전, 연중 최고였던 지난달 25일(1241원)에 비해선 78원50전(6.3%) 급락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더 심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17일 하룻새 4.52% 뛰어 배럴당 40.2달러로 치솟았다. 이달 들어 19.1%, 지난달 11일(26.21달러)에 비해선 53.4% 폭등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고환율·저유가를 걱정했지만 이젠 거꾸로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이 근심거리가 됐다.

원인은 달러 약세에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완화기조를 유지키로 결정한 탓에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는 94.8로 6개월래 최저치다. 반면 엔화가치는 뉴욕에서 장중 달러당 110.63엔까지 치솟아 17개월 만의 최고치다. ‘약(弱)달러 쓰나미’가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통화 절하 시도를 무용지물로 바꾸었다. 중국 정부와 헤지펀드 간의 위안화 전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원화는 고래들 싸움에 새우등 터질 판이다.

국제유가도 살얼음판이다. 달러 약세에다 산유국들의 감산 시도가 맞물려 돌연 급등세다. 하지만 공급 과잉 속에도 사우디아라비아(생산량 동결)와 러시아(감산)가 이견을 보이고 있고, 이란은 무조건 증산을 선언한 마당이다. 원유 수급과 무관하게 투기자금이 달라붙어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앞으로 유가가 더 뛸지, 급락할지 아무도 모른다.

환율과 유가는 모든 실물경제와 연결돼 기업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그 수준도 수준이지만 변동성이 커지고 방향성마저 예측불허다. 시계(視界) 제로의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래 투자는커녕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다. 정신 바짝 차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