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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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하 신한BNPP)은 최근 몇 년간 자산운용업계에서 ‘지는 해’로 여겨진 회사였다. 운용사의 얼굴인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하위권을 맴돈 탓이다. “든든한 판매 채널인 신한은행 덕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혹평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신한BNPP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바닥을 치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왔고, 전략형 상품도 한층 다양해졌다. 업계에서 신한BNPP가 권토중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운용 부문에서 시작된 새바람

신한BNPP는 2009년 신한BNP투신과 SH자산운용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로, 올해로 8년차를 맞는다. 신한금융그룹과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이 지분을 65 대 35로 나눠 갖고 있다. 해외 펀드 운용에 특화한 신한BNP투신과 기관자금 운용에 장점이 있는 SH자산운용의 DNA에 힘입어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기관 고객에 특화한 구조화 상품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다. 2009년 통합 당시 25조1000억원이던 신한BNPP의 순자산은 지난 2월 말 41조6000억원으로 41.6% 증가했다. 규모뿐 아니라 내실 면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상품 외에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 운용 규모가 크게 늘었다.

신한BNPP의 약점은 국내 주식형 펀드였다. 2013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 자산은 업계 7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2월에는 17위로 2년 만에 순위가 10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수익률 랭킹 상위권을 지킨 ‘좋은아침코리아’ 시리즈의 수익률이 무너진 것도 2014년부터다.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힘을 내지 못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대응에 미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부진하던 국내 운용 부문이 활로를 찾은 것은 리서치조직을 바꾼 지난해부터다. 리서치본부 등 국내 주식 부문에 8명의 전문가를 새로 뽑으면서 주식을 보는 눈에 한층 예리해졌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새 얼굴로 김영기 주식전략본부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신한BNPP의 전성기인 2013년까지 주식형 펀드를 운용했던 인물이다. 하나UBS 최고전략책임자(CIO)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김 본부장 영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신한BNPP 주식형 공모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72%로 같은 기간 제자리걸음을 한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38개 운용사 중에서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중장기 성과를 끌어올리려면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민정기 대표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한BNPP의 리서치를 담당하는 주식전략본부는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바텀 업(bottoms up)’ 리서치를 통해 다양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게 이 조직의 업무다. 펀드매니저는 펀드별 운용 스타일에 맞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70% 이상 반영해야 한다.

다음 승부수는 해외 상품

신한BNPP의 운용조직은 직접 펀드를 굴리는 주식운용본부와 리서치를 담당하는 전략본부, 액티브운용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목해야 할 조직은 액티브운용실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력들이 ‘좋은아침희망’ 등 대표 펀드를 운용한다. 2014년 영입한 대형주와 가치주 투자 전문가 정성한 매니저(이사)가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영입한 인물들이 기존 신한BNPP 사람들과는 다른 전략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별동대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뽑은 사람들을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시키는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액티브운용실에서 맡은 펀드 대부분이 수익률 순위 상위 30% 이내로 들어왔다.

신한BNPP의 다음 승부수는 해외 상품이다. 1인당 3000만원까지 수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제도가 지난달 말 시행되는 등 해외 투자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금펀드를 통해 해외 투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해외 상품으로 눈을 돌린 이유 중 하나다. 민정기 신한BNPP 대표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자금을 넣는 자산배분형 상품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연금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게 올해의 중점 목표”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