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률 70%', 힘있게 밀어붙여야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중심을 성장률에서 일자리 창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2013년 6월4일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할 때 국정의 중심을 성장률에서 고용률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조금은 의아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무엇을 했고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따져볼 때가 된 것 같다.

고용률 70% 로드맵에서 정부는 15~64세 고용률을 2012년 64.2%에서 2017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일자리 238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3년이 지난 2015년에 고용률은 65.7%에 머물러 목표치인 70%를 턱없이 밑돈다. 청년 고용률을 40.4%에서 47.7%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41.5%에 불과하고, 여성 고용률도 53.5%에서 61.9%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55.7%에 머물러 있다. 의욕이 넘쳐 목표치가 과한 측면도 있고 경기가 예상보다 나쁜 탓도 있겠지만, 정부가 내놓은 4대 전략이 지지부진한 게 주된 이유다.

정부는 4대 전략의 첫 번째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창출’을 내세우며 창업 활성화,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서비스산업 고부가가치화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창업의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로 채워지면서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악화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전히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목소리가 높고 창조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 투자는 이전 정부에 비해 증가율이 반토막났다.

두 번째 전략인 ‘일하는 방식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장시간 근로 개선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유연근무 확산 정책은 갑자기 일반해고 도입으로 변질되면서 노동개혁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최저임금 미만의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

세 번째 전략인 ‘여성청년 등 비경제활동인구 고용가능성 제고’도 성과가 미미하다. 298개에 달하는 정부의 청년고용정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은 2015년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실업문제의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커지고 자신이 희망하는 자리로의 ‘일자리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탓인데, 정부 대책은 변죽만 울리고 있는 듯하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경력단절여성 상당수는 여전히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연대와 책임 강화’란 그럴듯한 명분에 매달려 허송세월을 했다는 것이다.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노동계의 노사정위 불참 선언은 예정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전제한 노·사·정 대타협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노동개혁 4법도 국회 문을 넘지 못한 상태다. 정년 60세 시행으로 기업의 임금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데 노동시장 유연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국민행복 시대’와 ‘중산층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라고 정부는 밝힌 바 있다. 임기 내 고용률 70%는 불가능해졌지만 한 발짝이라도 더 내디뎌야 한다. 국정 운용을 고용률 중심으로 재편하고 일자리 정책의 실행에는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창조경제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일자리 상승 사다리도 강화해야 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힘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