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3상 약효시험 없이 안전성만 테스트…최태원 '뚝심' 통했다
미국서만 연매출 1조원 기대…SK바이오팜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간질)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탁월한 약효를 인정받아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 3상 약효시험 없이 안전성 테스트만으로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SK㈜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YKP3089)의 임상2상을 최근 종료하고 FDA와 신약 승인 요건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지난 4년간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이 신약에 대한 임상2상 전·후기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와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돼 FDA로부터 추가적인 약효 임상을 생략해도 좋다는 공식 확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약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한 결과 2상 후기 시험에서 발작빈도 감소율이 55%를 기록했다"며 "이는 기존 약물보다 2배 정도 약효가 뛰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작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 비율도 지금까지 출시된 뇌전증 약물 중 가장 높다는 것이 SK 측 설명이다.

국내 뇌전증 분야 최고 전문가이자 신약 임상에 참여한 서울대 의대 이상건 교수는 "그동안 임상2상에서 신약 YKP3089와 같이 뛰어난 약효를 보인 약물은 없었다"며 "뇌전증 환자, 특히 난치성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 측은 임상 3상 안전성 시험을 통과하면 내년에 FDA에 신약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본격 시판은 이르면 2018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산업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4년 49억달러(5조8천60억원 상당) 규모에서 2018년에는 61억달러(7조2천279억원) 규모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뇌전증 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인 빔팻의 실적을 고려할 때 SK의 신약은 미국에서만 연간 매출 1조원 이상, 영업 이익률 50%를 상회하는 초대형 신약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SK는 국내 최초로 이번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까지 자체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1993년 신약 개발을 시작한 SK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5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을 FDA로부터 확보했다.

이들 신약후보 물질 중 수면장애 신약(SKL-N05)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 급성발작 신약(PLUMIAZ)은 신약 승인 신청을 마친 상태다.

SK바이오팜은 항암제 등 신규 질환 영역의 신약 개발을 통해 2020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자회사였던 SK바이오텍 지분을 SK㈜에 매각함으로써 글로벌 임상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SK㈜ 자회사로 편입된 SK바이오텍은 향후 뇌전증 신약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SK의 뇌전증 치료제는 2012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로 선정돼 연구비 지원을 받은 바 있다.

SK그룹은 앞으로 국내 기업기업간 경쟁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를 이끌 수 있는 사업 발굴에 역량을 결집해 나갈 계획이다.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 신산업추진단'을 발족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SK 측은 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뇌전증 치료제는 최종현 선대 회장 때부터 지금의 최태원 회장까지 SK가 지속해온 국가경제 성장동력 발굴 노력의 일환으로 거둔 성과"라며 "향후에도 신약산업, 자원개발, 신에너지산업 등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