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직 조사 중…리콜 시기도 못잡아…폭스바겐, 할인공세로 국내 판매 늘렸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진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지난해 9월18일 미국 환경청(EPA)이 폭스바겐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조작됐다고 발표한 이후 폭스바겐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한국에서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아우디)의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허술한 제도가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그룹의 유로6(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9월24일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시행된 유로6는 이전 유로5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량을 0.18g/㎞에서 0.08g/㎞로 강화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파문이 불거진 직후 유로5 차량 2L 이하 엔진만 조작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EPA는 이후 유로6용 2L 이하 엔진과 3L급 대형 엔진에도 조작 소프트웨어(SW)가 심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계속 부인했지만 미국 정부는 유로5 엔진뿐 아니라 유로6 엔진과 3L급 대형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도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미 판매가 종료된 유로5 모델만 판매를 금지하는 전형적인 ‘뒷북 행정’을 보여줬다. 유로6 모델에 대해선 ‘조작이 확인될 때까진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폭스바겐이 조작을 시인한 유로5 차량의 리콜(결함 시정) 일정도 아직 명확히 잡히지 않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일 환경부에 12만5519대에 대한 리콜 상세 계획을 제출하면서 “이르면 오는 4월 말에 리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리콜에 쓰인다는 SW를 4월 중순에 제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해당 SW에 대한 검증을 마쳐야 리콜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측이 환경부와 리콜 일정에 대한 명확한 협의 없이 계획을 발표한 것은 한국 정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환경부가 검증 능력이 부족해 폭스바겐에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900억달러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반면 한국 정부는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국내 폭스바겐 차량 보유자들은 소송으로 자력 구제에 나섰다. 유로5·유로6 등 차종을 가리지 않고 4240명의 소비자가 폭스바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폭스바겐 조작 파문이 불거진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한국에서 폭스바겐그룹(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량은 3만306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014년 9월~2015년 2월) 대비 0.7% 늘었다.

브랜드별로 아우디는 6.7% 늘었고 폭스바겐은 4.8% 줄었다. 폭스바겐이 줄어들긴 했지만 대규모 할인을 한 지난해 11월에는 4517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큰 타격을 입진 않았다. 배출가스 조작 대표 모델인 티구안 2.0은 지난달에도 873대로 수입차 최다 판매 차종에 올랐다.

미국에선 폭스바겐그룹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폭스바겐그룹 판매량은 24만9473대로, 전년 동기 26만247대 대비 4.1% 줄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 호황으로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이 7.8% 늘어난 가운데 폭스바겐그룹만 뒷걸음질쳤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