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K-MOOC, 대학의 자기 혁신
조선왕조의 과거제도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폐지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1921년에도 학생 29만8067명이 여전히 서당에 다니며 사서오경(四書五經)을 공부했다고 한다.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교육의 지체 현상이 일제 식민지라는 시대적 한계 때문에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이해된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도 갑오개혁 이후에 과거 공부를 가르치는 것과 같은 낡은 패러다임으로부터 올 수 있다. 전(全)지구적인 규모로 전개되는 급격한 환경 변화는 현재의 대학교육 시스템을 ‘옛 시대의 유물’로 만들었다. 전공별로 칸막이가 나뉘고, 표준화된 내용을 위계적이고 정형화된 형태로 전달하는 교수자 중심의 교육 방식이 바뀔 때가 온 것이다.

이제 학부 과정 수준의 교육은 모든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공공적 지식이 됐다. 이 지식은 테드(TED)나 유튜브유니버시티 등의 사이버 공간에 게시돼 있다. 오늘날 세계 대학은 공공화된 ‘학(學·배우기)의 영역’을 과감히 공유하고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 즉, ‘습(習·익히기)의 영역’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의 시간 배분과 주체적 지식 수용을 장려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무크(MOOC)’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대학의 자기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K-MOOC는 교수와 학습자, 그리고 학습자와 학습자 간 경계를 허무는 쌍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을 공유한다. 2012년부터 시작된 해외 주요 MOOC는 2000여개의 강좌와 2000만명이 넘는 학습자에게 지식을 제공한다. 2015년 10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K-MOOC에는 이화여대를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10개 대학이 27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학습자는 K-MOOC의 환경에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식을 창의적으로 수용한다. 교수자는 이런 학습자의 선택을 놓고 경쟁한다. 이화여대에서 가장 많은 학습자가 듣는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는 컴퓨터 인공지능의 관점으로 영화 스토리를 분석하는 교과목이다.

대학의 운명은 결국 미래 사회에 경쟁력 있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실현하도록 도와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경희 < 이화여대 총장 president@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