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5조7000억원의 재정이 지원되는 196개 정부 일자리사업의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오는 7월 초까지 고용영향 평가 등을 통해 이들 사업의 효과를 심층 평가해 중복사업이나 성과가 없는 사업은 통·폐합하고, 지원자금 전달기관 또는 창구도 일원화해 수요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한다. 기재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 노동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심층평가 연구팀과 별도로 범(汎)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만든다고 한다.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국정 운영을 일자리 중심으로 강화키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일자리사업이 196개나 된다는 것은 정부의 취업·창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이 그만큼 중복되고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그것도 지난해 말 216개이던 것을 올해 줄였다는 게 이 정도다. 부처별 일자리사업(지난해 기준)은 주무부서인 고용부가 87개인 것을 비롯, 중소기업청(19개) 문화체육관광부(15개) 보건복지부(13개) 등도 10개가 넘는다. 여성가족부(9개) 농림축산식품부(8개) 등도 적지 않다. 청년, 여성, 중·장년, 취약계층 등 지원대상을 아무리 잘게 쪼개도 중복사업, 유사사업이 수두룩할 수밖에 없다.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정이든 보조금이든 일단 지원하면 없애기가 어렵다. 해당 부처와 담당 공무원의 기득권이 돼버리는 탓이다. 기재부가 작년 7월 국가보조금사업 1422개의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51.6%에 불과했다. 보조금마다 은밀한 임자가 있고 담당 공무원과의 연결 고리가 형성돼 있다. 중소기업 보조금, 농어촌 보조금 등이 다 마찬가지다. 더구나 일자리사업은 대통령이 고용 확대를 강조하고, 15조원을 넘는 재정이 지원되는 사업이다. 부처마다 일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저항이 치열할 것이다. 이번에 KDI가 지원금에 꼬리표를 붙여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자, 저항하는 곳이 나온다는 정도다. 일자리사업 구조조정은 규제개혁과 같은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배후에 있는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