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언급량, 날씨 좋은 날↑ㆍ주가지수 떨어지면↓
다음소프트, 치킨과 행복관계 분석한 '치킨지수' 개발


"나의 다리는 가장 성스러운 것이니 가장 노고가 큰 자에게 그 영광이 돌아갈지니라", "비록 목이라 할지라도 한 점의 살도 남기지 말지니라"(인터넷 유머 '치렐루야(치킨+할렐루야) 십계명' 중)"

다이어트 한다며 일찍 먹은 저녁 때문에 유달리 배가 고픈 늦은 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배달음식 업체에서 치킨을 시키면서 외친다.

"치느님은 늘 옳습니다."

역시 '치킨 공화국'이다.

8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2011년부터 최근까지의 SNS(사회관계서비스망)상 언급량만 봐도 '치킨'(1천370만4천924회)은 비슷한 외식 메뉴인 '피자'(793만2천356회)와 '삼겹살'(171만9천997회)을 훨씬 앞섰다.

SNS상 치킨이 언급될 땐 연관어로 '행복'이 따라온다.

같은 기간 '행복하다', '기쁘다', '사랑한다', '즐겁다' 등 행복 관련 감성어는 73만4천397회 등장했다.

치킨을 함께 먹는 인물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는 '친구'(52만8천728회)다.

◇ '치킨=행복'…날씨·주가지수 등에 따라 치킨 언급량 변동

다음소프트는 치킨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SNS상에서 '치킨'과 '행복'의 언급량을 시계열로 분석했다.

두 단어의 언급량 추세는 거의 일치했다.

치킨 언급량이 늘어날 땐 행복 언급량도 함께 늘어나는 식이다.

이어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날씨 변수와 경제 변수와 비교한 결과 날씨가 좋을 땐 치킨언급량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기상청이 발표한 불쾌지수가 75 이상으로 높았을 때 치킨 언급량은 1천854건에 그쳤으나, 불쾌지수 75 미만으로 날씨가 쾌적했을 때의 치킨 언급량은 2천56건으로 늘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과 치킨 언급량도 상관성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이 제공하는 평균 시가총액 데이터는 SNS상 치킨 언급량과 0.4 정도의 상관 계수를 가지면서 전반적인 증감 추세가 유사했다.

다음소프트는 통계적으로 상관 계수가 0.3∼0.7이면 전반적으로 유사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이나 프리미어리그 등 관심이 쏠리는 운동경기가 있을 때도 치킨 언급량이 늘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시즌 한국 경기가 열린 날의 치킨 언급량은 전날보다 2천건 상승했다.

이는 6월 일평균 언급량(8천630건)보다 23% 많은 것이다.

같은 해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은퇴 경기가 열린 날도 치킨 언급량이 평일보다 5천건 상승, 2월 일평균 언급량(7천879건)보다 63.5% 증가했다.

◇ 치킨과 행복 상관성 착안, 행복 지표화한 '치킨지수'도 개발돼

다음소프트는 이같은 치킨과 행복의 상관성에 착안해 행복을 지표화한 '치킨지수'를 개발, 공개했다.

이는 치킨 언급량에다 사람의 기분과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온·풍속 등 기상변수,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조합해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올해 치킨지수가 가장 높았던 날은 1월 3일(1,644)이었다.

이날은 금요일인 1일부터 이어진 징검다리 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자정부터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이어진 날이었다.

블로그에는 "신정연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치킨으로 화합하네요", "연휴의 '마무리'는 역시 치킨!" 등 일상의 행복을 표현하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올해 치킨지수가 최저치를 기록한 날은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져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진 1월 19일(1,152)이었다.

치킨지수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썰물처럼 빠진 날에도 덩달아 떨어졌다.

중국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코스피가 넉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1월 4일에는 치킨지수도 전날보다 158 떨어진 1,486으로 나타났다.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는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치킨이 생각난다는 것만으로도 별걱정 없이 행복한 상태인 것"이라며 "이를 반영한 치킨지수는 일상의 행복 정도를 나타내주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