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3월4일자
사이언스 3월4일자
2011년 3월11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79㎞ 해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의 대지진은 최근 50년 새 일어난 지진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당시 발생한 강력한 지진 쓰나미로 이 일대 주민 1만5893명이 숨지고 2572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진앙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인구 1000만명의 도쿄는 비교적 가벼운 피해를 봤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이처럼 끔찍한 피해를 낸 동일본 대지진 5년을 맞아 동일본 대지진의 원인을 조명하고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과학적 노력을 소개했다.

당시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원자로 속 핵연료가 녹는 ‘멜트다운’이 일어났다. 사이언스는 오염된 물의 처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금도 하루 150t의 냉각수가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쏟아붓는 오염된 냉각수가 지하수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하에 냉각 울타리를 만드는 한편 보관된 방사능 오염수 75만t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후쿠시마 대지진 5년…'재난과학 실험장'된 일본
녹아내린 연료봉의 회수도 기술적 장벽에 막혀 있다. 도쿄전력은 원자로 1~4호기 중 4호기에서 사용후연료봉을 모두 꺼냈고 수소폭발을 일으킨 1호기와 3호기는 잔해만 치운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대부분 타거나 녹아버렸고, 2~3호기는 부분적으로 녹거나 그대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녹아내린 연료봉의 상태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소립자 붕괴로 만들어지는 중성미자인 뮤온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뮤온은 물질의 밀도에 따라 흡수되거나 산란하는데, 뮤온 촬영기법을 이용하면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더 밀도가 높은 우라늄 연료봉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쓰쿠바의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가 제공한 뮤온 검출기를 원전 1호기 근처에 설치해 연료봉 내 어떤 연료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일본 대지진의 실마리를 푸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일자에서 국제 연구진이 당시 중력 자료와 지형 정보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일본에서 가장 긴 단층선인 ‘중앙구조선’이 지진 에너지의 전파를 막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태평양판과 북미판 경계면에서 일어났는데 단층이 급격히 찢어진 면적은 좁았지만 운동량은 매우 컸다. 하지만 혼슈 중부와 나고야 주변을 통과해 이바라키현 앞 바다까지 이어진 중앙구조선을 중심으로 북쪽에서 발생한 지진은 남쪽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구진의 분석 결과 도쿄만 북쪽을 지나는 중앙구조선이 도쿄까지 지진의 충격이 전달되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