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한경포럼] 공매도 원죄론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공매도를 규제하자는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논의를 촉발한 것은 무엇보다도 공매도에 항의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최근 움직임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부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을 빌려줘 공매도 세력을 도와주는 증권사와 거래를 끊어 ‘본때’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한 소액주주 모임은 신문 광고에서 “내 주식을 남이 팔도록 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니 이는 내 발등을 내가 찍는 격”이라며 “증권사에 대차 약정 해지를 통보하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익만 추구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로 기업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진다는 주장이다.

공매도로 주가하락 근거 희박

보유 주식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누군가 그 주식을 계속 팔아댄다면 그것처럼 속상한 일도 드물다. 한 번이라도 주식투자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집단운동에까지 나선 주주들의 마음은 그런 점에서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과연 논리적인가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공매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가하락의 주범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사자’보다 ‘팔자’ 주문이 더 많으면 해당 주가는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팔자’ 주문 중에는 공매도 물량도 있고 실제 보유한 주식을 파는 매도도 있다. 그런데 시장에 주는 영향 면에서 양자 간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둘 중 어느 하나를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외 많은 관련 논문을 봐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공매도를 제한할 경우 일시적 가격 하락 폭은 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주가에 거품이 끼고 이후 하락 폭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주가 하락을 막으려면 공매도뿐 아니라 모든 주식 매도를 금지시키는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이것만이 가능한 방법이다.

증시 규제가 '박스피' 불러와

공매도에 유독 사람들이 부정적인 것은 익숙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갖고 있지도 않은 것을 판다는 개념이 낯선 이들은 공매도가 뭔가 부정한 거래일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인식도 비슷하다. 주가 급락 시마다 공매도 규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다.

국내 증시를 흔히 ‘박스피’라고 부른다. 지난 수년간 주가지수가 1800~2200을 벗어나지 못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스피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각종 증시 규제 역시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본다. 정부는 금융개혁을 4대 개혁의 하나에 포함시켰다.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규제완화다. 공매도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는 주가에 하락 압력만 줄 것 같지만 상승 시는 급격한 환매수(쇼트커버링)로 주가를 급등시키기도 한다. 정부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순기능도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 시각이 많다”는 관계자의 말이 이를 잘 대변한다. 주가 하락으로 마음이 불편한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