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SUV의 맏형 렉서스 RX450h…부드러움 속에 힘을 숨긴  럭셔리 SUV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2년이 전환점이었다. 렉서스 디자인이 무섭도록 과감하게 바뀌었다. 화살촉에서 영감을 얻은 전면부 스핀들그릴 때문이었다. 크고 날카로운 그릴은 렉서스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전투모를 쓴 렉서스는 판매 기록도 무섭게 증가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65만2000대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2013년엔 52만3000대, 2014년엔 58만3000대로 전년 대비 각각 10%, 11% 성장했다. 대당 50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차량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스핀들그릴은 성공했다.

렉서스는 디자인 외에 한 가지 무기를 더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다. 준대형 세단인 ES300h 등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해 14만9000대가 팔렸다. 전체 판매의 23%를 차지했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차량의 누적 판매는 96만대를 넘었다. 올해 누적 1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친환경 이미지를 무섭게 빨리 굳혔다.

렉서스가 욕심을 냈다. 세단만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잘 팔리길 원했다. 그래서 등장한 모델이 콤팩트 SUV NX300h다. 의도는 통했다. NX300h가 잘 팔렸다. 올해는 중대형급 SUV로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도요타는 지난 18일 ‘더 뉴 제너레이션 RX450h’를 출시했다. 7년 만에 등장한 4세대 풀 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이다.

새로운 RX450h를 지난 19일 시승해봤다. 시승 구간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를 출발해 경기 가평 크리스탈밸리CC를 왕복하는 총 120㎞다.

외관부터 살펴봤다. 입체적으로 디자인 된 스핀들그릴은 4년째 보다 보니 익숙해졌다. 헤드램프에는 작살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최적의 조합이다.

측면 디자인도 굴곡과 선의 조합으로 빛에 따라 음영 변화가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뒷부분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성난 로봇의 얼굴처럼 생겼다.

[시승기] 렉서스 SUV의 맏형 렉서스 RX450h…부드러움 속에 힘을 숨긴  럭셔리 SUV
실내 공간은 한층 널찍해졌다. 자동차시장의 대형화 흐름을 따라 이전 대비 길이 120㎜, 폭 10㎜, 높이 20㎜를 각각 연장했다. 실내 공간의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는 휠베이스(앞뒤 차축 간 거리)도 50㎜ 키웠다. 중대형 SUV시장을 아우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덩치가 커질수록 운전자의 사각(死角)지대도 확장되기 마련이다. 렉서스는 여기에도 능동적인 해결책을 내놨다. 앞유리와 앞문 유리창 사이의 기둥을 뜻하는 ‘A필러’ 부분에 창을 따로 둬 개방감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줄였다. 렉서스 특유의 고급스럽고 정돈된 인테리어 디자인과 함께 높은 만족감을 줬다.

본격적인 주행성능을 느껴봤다. 3.5L 6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은 총 313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드라이브모드 중 에코나 노멀모드에서는 약간 더딘 가속감을 보이지만 스포츠모드에선 제법 카랑카랑한 배기음과 함께 빠르게 고속 구간에 진입했다. 경쾌했다. 곡선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발놀림을 보였다.

렉서스의 가변식 4륜구동(E4)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해냈다.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라 길이 4.9m, 몸무게 2.1t짜리 덩치가 민첩하게 방향을 틀었다. 무단변속기(e-CVT)는 가속 시 소음이 단점이지만, 렉서스는 이 부분을 잡아 높은 정숙성을 실현했다.

풀 사이즈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12.3인치 풀 컬러 디스플레이, 터치리스 파워 백도어 등 다양한 첨단 편의장치가 새로 적용됐다. 연비주행에 매우 유용한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RX에 처음 적용된 6기통 D-4S 가솔린 엔진은 주행 상황에 따라 연료분사 방식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연료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적용됐다. 렉서스의 차세대 엔진 기술이다. 덕분에 큰 덩치를 가진 하이브리드 SUV의 복합연비가 12.8㎞/L다. 실제 주행 시에는 10.2㎞/L를 기록했다. 스포츠모드가 재미있었던 탓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