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제약 전문기업 한국콜마와 그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주력사 한국콜마는 매출 5358억원, 영업이익 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30% 증가했고, 자회사 북경콜마 역시 매출 371억원, 영업이익 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 34% 성장했다. 모두가 어렵다고 했지만 한국콜마는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심지어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중국시장에서조차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한국콜마의 매출 1조원 돌파는 당연히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지속적 연구개발, 신규 유통채널 개척 등이 그렇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낮은 단계의 기술은 아예 전수해주는 식으로, 한국콜마 방식이 중국 표준이 되도록 해 비관세장벽을 넘어선 건 역발상이란 평가다.

한국콜마 외에도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중견기업이 적지 않다.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등과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하면서 사상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녹십자도 해외사업 호조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게임업체 넷마블 또한 지난해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매출 1조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LED(발광다이오드) 전문기업 서울반도체가 지난해 매출 1조원 고지를 다시 탈환한 점도 눈길을 끈다. 흔들림 없이 매출 ‘1조원 클럽’을 지켜낸 중견기업들 역시 대단하다.

중견기업에 매출 1조원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는 곧 대기업으로 가는 관문이요, 이른바 ‘죽음의 계곡’ ‘마의 길목’을 넘어서는 증표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이 아닌 상장사 중 매출 1조원 클럽에 속한 기업 수는 2004년 26개, 2009년 63개, 2014년 90개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기업에 대한 온갖 특혜도 마다하고, 또 기업이 커지면서 늘어나는 각종 규제 등 열악한 국내 기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글로벌화 등으로 기꺼이 성장노선을 택한 이들 중견기업이야말로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들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