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하다. 세계 증시는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연일 폭락세다. 어제 코스닥시장은 한때 8% 넘게 급락해 올해 첫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외환시장도 엔화 가치의 예상밖 급등으로 난기류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엔까지 떨어지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77원대로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그렇지 않아도 저유가,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위기 등으로 뒤숭숭한 판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2주일 만에 주가가 15% 가까이 떨어졌고,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7% 이상 급등했다. 일본의 도박은 실패했다는 소리가 벌써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12월 7년 만에 양적 완화를 종료했지만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행로는 제각각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린 반면 일본과 유럽은 양적 완화도 모자라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돈을 풀고 있다. 동조화가 깨졌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유럽 경제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마이너스 금리끼리 국제경쟁을 벌인다는 만화경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양적 완화 종료 이후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질서정연하게 정상화하지 않은 결과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 결국 거품만 키워냈을 뿐이라는 게 드러났지만 국가들은 낡은 미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난 것은 양적 완화 덕이 아니라, 셰일혁명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돈의 미래가치를 마이너스로 보는 것이 마이너스 금리인데, 이런 금리로 미래의 경제를 살리겠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과잉 유동성에 중독된 상태다. 무분별한 돈 풀기에 세계경제는 엉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