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스스로 배운다…무서운 AI 발전 속도
"올해 안에 알파고가 이길 가능성도 충분해"
누가 이기든 승자는 구글…AI 대응·활용 필요

‘알파고(AlphaGo)’의 개발 배경과 의의 등을 설명하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 / 출처= 유튜브

[ 김봉구 기자 ]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오는 3월9일부터 15일까지 인간과 컴퓨터 최고수가 5차례 맞붙는다. 종목은 바둑.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은 지능게임이다. 이세돌 9단과 구글 개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 전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과연 누가 이길까. 인간이 만들어낸 AI에게 인간은 무릎을 꿇을 것인가. 한경닷컴이 설 연휴를 앞두고 전문가 10명에게 승부 예측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세돌 9단의 손을 들어줬다. “AI가 아직 인간 최고수의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대결한다면 이 9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그만큼 AI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는 얘기다.

알파고는 이미 유럽 바둑챔피언 판 후이 2단을 꺾었다. 지금도 상당한 수준이다. 여기에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배우는 ‘딥러닝·머신러닝’ 능력까지 갖췄다. 이번에 이 9단에게 지더라도 그것마저 데이터베이스(DB)화해 학습할 수 있다. 따라서 AI가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시점이 먼 미래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AI 및 뇌공학 연구자 △김대식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김인중 한동대 교수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맹성렬 우석대 교수 △박영준 서울대 교수 △박충식 영동대 교수 △이성환 고려대 교수 △임창환 한양대 교수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가 전화설문에 응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인 정수현 9단도 참여했다.
다음달 세기의 대결을 펼치는 이세돌 9단(왼쪽)과 구글 개발 AI 알파고. 대국은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 한경 DB

다음달 세기의 대결을 펼치는 이세돌 9단(왼쪽)과 구글 개발 AI 알파고. 대국은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 한경 DB

◆ "알파고가 이긴다" 한 명도 없어

김대식 KAIST 교수(전기및전자공학과)는 “이번 대국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이세돌 9단이 이긴다”고 말했다. “구글도 알파고가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이 학술지 ‘네이처’에 제출한 논문을 근거로 댔다. 김 교수는 “논문을 보면 알파고의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나 방법)이 기존 프로그램보다 우수하지만 당장 이 9단과 대등한 실력을 낼 것이라 보긴 어렵다”면서 “사실 구글으로선 알파고가 져서 최고수의 데이터를 얻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중 한동대 교수(전산전자공학부)도 “장기적으로는 AI가 이기겠지만 이번엔 이 9단의 우위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했다. 그는 “알파고가 3000만건의 기보(바둑을 둔 내용의 기록)를 활용했다고 하는데, 데이터의 양 못지않게 질도 중요하다. 이 9단과 같은 최고수 수준의 기보를 얼마나 확보했을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과학자이자 아마추어 바둑 1단인 맹성렬 우석대 교수(전기전자공학과) 역시 “판 2단은 이 9단과의 실력차가 크다. 더구나 구글이 이 9단에 대한 맞춤형 학습(딥러닝)을 알파고에게 시키지 않는다니 실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며 “5판을 모두 이기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9단이 승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프로 바둑기사 9단인 정수현 명지대 교수(바둑학과)는 신중론을 폈다. 그러면서도 “바둑이란 게 확률과 계산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여러 시나리오 중 이게 좋을지, 저게 좋을지 ‘판단’을 하는 게 결정적”이라면서 “이런 판단의 영역에선 컴퓨터가 고수에게는 못 미친다고 봐서 아직은 이 9단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충식 영동대 교수(스마트IT학과)도 “체스보다는 바둑이 훨씬 복잡하고 판 2단과 이 9단의 차이도 크다”는 이유를 들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승부 예측이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이 9단의 우위를 점쳤다. 다만 알파고가 이 9단을 꺾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열린 알파고와 판 후이 2단(왼쪽)의 대국. 판 2단이 5차례 대결에서 모두 졌다. / 출처=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열린 알파고와 판 후이 2단(왼쪽)의 대국. 판 2단이 5차례 대결에서 모두 졌다. / 출처= 유튜브 갈무리

◆ 결국 AI가 두뇌 능가…'시간문제'

이번 대국에 국한하지 않고 언제쯤 알파고가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AI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건 시간문제란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정확한 시점에 대해선 의견차가 있었으나 올해 안에 알파고가 이 9단을 누를 것이란 관측도 상당수 나왔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KAIST 명예교수)이 대표적이다. 그는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기계가 이길 테니까”라고 전제한 뒤 “이번에 져도 연말엔 거의 100% 알파고가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도학습뿐 아니라 증강학습이 가능해 기보 없이도 스스로 온갖 시도를 다하며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구글 입장에선 져도 이기는 게임이다. 이 9단의 승리를 예상한 김대식 교수도 “체스의 경우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첫 대결에서 패한 2년 뒤 인간 챔피언을 꺾었다. 길게 잡아 2년 후엔 알파고가 이길 것”이라며 “알고리즘은 갖춰졌으니 고수와의 대국 데이터를 확보하면 AI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일만 남는다”고 풀이했다.

이성환 고려대 교수(뇌공학과)는 ‘시간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AI의 발전 속도가 학자들 예측보다도 빠른 데다 제한된 영역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건 사람이 못 따라간다. 올해 안에 알파고가 이기는 것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쉬지도 자지도 않고 계속 수를 배워가고 있다. 결국 시간은 알파고의 편”이라고도 했다.

승부 자체는 인간의 감정기복 등 실수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전반적 추세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소프트웨어학과)는 “아직 AI가 인간 지능을 따라잡진 못했지만 넉넉잡아 2040년경엔 기계가 인간의 뇌를 이기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 딥러닝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과 융합해 AI가 급성장하는 추세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왼쪽)와 데이비드 실버 연구총괄. / 한경 DB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왼쪽)와 데이비드 실버 연구총괄. / 한경 DB

◆ AI 두려워말고 연구·사업화 나서야

세간의 관심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 집중됐지만 AI 연구·활용 풍토와 기술사업화 인프라 구축에 보다 힘써야 한다는 충고가 잇따랐다.

박영준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아예 “이번 승부의 최종 승자는 구글”이라고 단언했다. 알파고의 마케팅 효과가 상금으로 내건 100만달러(약 12억원)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날 것으로 추산했다.

박 교수는 “10년 전엔 스마트폰이 뭔지도 잘 몰랐는데 지금 어떤가. AI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마트폰 기술과 그 작동 원리를 완벽히 몰라도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같은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AI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AI의 폭발적 성장을 ‘상수’로 놓고 막연한 공포감에서 벗어나 현실적 대응방안을 찾을 필요도 있다. 이성환 교수는 “산업혁명 당시 처음 자동차가 등장할 때도 기존 마차 산업의 반발이 컸다. 결국 마차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분야의 산업이 생기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맥락에서 AI나 자동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형 소장도 “AI는 전문지식이 아닌 상식은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한계점이 있다. 섣부른 우려보다는 AI를 연구·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우선”이라며 “우리나라는 AI 분야 박사인력이 갈 만한 곳이 대학밖에 없다. 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AI 문제를 풀고 기술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창환 한양대 교수(생체공학과)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쟈비스를 협력적 AI의 예로 들었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일자리를 뺏는 대립구도 느낌이 강한데 꼭 그렇지는 않다”며 “AI 개인비서 격인 쟈비스처럼 여러 센서를 통해 인간의 신체·지각능력 한계를 보완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적 의사결정은 자연지능이 내리는 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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