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현역교체 여론에 떨고있는 의원들
4·13 국회의원 총선거가 70일 남았다. 1280여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숨가쁘게 뛰고 있다. 하지만 모두 불법이다. 현재 선거구 246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새해부터 무효가 됐다. 헌재가 2014년 10월께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기존 3 대 1에서 2 대 1로 바꾸라는 입법 기준을 제시한 지 1년이 넘도록 여야 정치권은 선거구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편차를 줄이기 위해 선거구를 합치거나 나누는 작업을 맡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한 차례 연기한 법정시한(지난해 11월13일)도 지키지 못하고 ‘공’을 여야 지도부에 떠넘겼다. 여야 지도부 협상도 정치공학적 이해 공방을 주고받으며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급기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 쟁점 법안들을 같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현역 물갈이’ 선거 될 것

이 지루한 협상의 결말은 뻔하다.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역구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수는 줄이는 방식으로 봉합될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역 기득권을 지키려는 ‘암묵적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몇몇 예비후보들은 선거구 획정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 소송까지 냈다.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여론에 꿈쩍도 않은 채 ‘밥그릇(의석)’ 다툼에 혈안이 된 정치권의 ‘민낯’이다.

최악의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를 지켜보면서 유권자들은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국가 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 법안을 쏟아내는 의원들, 당리당략과 계파정치에 포획된 무(無)소신 의원들, 각종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 이들을 제대로 솎아 냈다면 19대 국회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현역 물갈이’ 선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임계치를 넘어선 국민의 정치불신에 더해 각종 여론조사도 현역의 대폭 교체를 시사하고 있다. 제3당인 국민의당 등장은 현역 의원 교체지수를 끌어올릴 새로운 변수다.

자정능력 의심받는 정치권

2000년 이후 비례대표를 포함해 현역 의원 교체비율은 16대 40.7%(초선 111명), 17대 62.9%(188명), 18대 44.8%(134명), 19대 49.4%(148명)였다. 17대 국회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으로 현역 교체비율이 유달리 높았다. 새해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5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텃밭인 영호남에서 현역 교체 여론은 더 높았다.

한 중진의원은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법안을 볼모로 잡고 선거구 하나 정하지 못해 무법천지로 만드는 정치가 어떻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정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면 앞이 캄캄한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기득권 포기와 혁신을 외치지만 그동안의 모습을 보면 정치권에는 자정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뛰어난 인물을 뜻하는 ‘선량(選良)’으로 국회를 채우는 것은 물론 유권자의 몫이다.

손성태 정치부 차장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