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2017년부터 점차 축소해 2021년 이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저유가 지속에다 전기차 보조금이 샌다는 지적에 따라 정책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보조금 정책의 변화를 꾀하는 것 자체야 뭐라고 할 것도 없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과는 달리 보조금 정비를 빌미로 특정 외국업체를 시장에서 노골적으로 밀어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적용 리스트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지난 14일 보조금 대상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BYD 등 중국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만 허가한다고 고시한 게 그렇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LG화학, 삼성SDI가 공급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NCM 배터리의 안전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설득력이 없다. LFP는 밀도가 낮은 구(舊)기술로 중국업체들조차 빨리 NCM으로 가려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버스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40%를 차지해 중국 정부도 키우려 한다. 이런 사실을 조합하면 누가 봐도 중국이 자국 기업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한국 기업에 비관세장벽을 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러브콜에 지난해 시안, 난징에 각각 배터리 공장까지 준공한 삼성SDI, LG화학으로선 황당하기만 하다. 그것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한 달도 안 돼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어느 나라 기업이 어떻게 이런 중국을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는가. 국제규범을 무시하면 자유무역, 시장경제를 할 수 없다.

정부는 중국의 잘못된 조치에 당당히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명백한 한·중 FTA 위반이다. 정부 일각에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고 하지만, 경제문제를 정치문제로 돌리는 것은 해결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나중 책임을 모면하려 하는 것이란 의심만 살 뿐이다. 과거 마늘파동 사건 같은 발상도 금물이다. 경제문제는 경제문제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