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기자 bjk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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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을 스스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학교 운영에도 시시콜콜 간섭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사학재단은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며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면 된다고 봅니다.”

신철식 광운학원 신임 이사장(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월계동 광운대 화도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마를 모두 드러낸 깔끔한 ‘올백 머리’와 거침없는 말투 등 그의 첫인상은 30년간의 공직 생활, STX 전 부회장 등의 경력에서 떠오르는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차관급) 등 경제 관련 부처에서 오랫동안 일한 베테랑 경제관료였던 신 이사장은 자신의 공무원 시절에 대해 “소신을 지키며 일할 수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날들”이라며 “실무자로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게 보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소비자보호법 강화와 약관 관련 규제 법률 제정 등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게 많아요. 1980년대만 해도 가격을 고시하던 시대였고, 약관이란 말이 뭔지도 몰랐을 때니까요. ‘한 가지 직책을 맡으면 꼭 한 가지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일했죠. 계획 수립과 정책 관련 이해관계 조정이 관료 생활의 중심이었고, 이 두 개의 축이 지금까지도 제 인생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0년 STX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이듬해 STX 부회장을 맡으며 민간기업 임원으로 변신했다. 오랜 친분을 이어온 강덕수 전 STX 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편한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원래 그런 성격이 못 된다”며 “조선업과 해운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시적으로라도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신 이사장의 이름 앞에는 ‘고(故)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아들’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그는 신 전 총리에 대해 “아버지는 4·19혁명과 5·18 민주항쟁 등 우리 현대사의 고비 현장에 있었고,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비롯해 각종 경제 안정화 정책을 시행했다”며 “내가 감히 비교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30대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수차례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계속 거절한 이유도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아버지가 정계 활동을 매우 힘들어 하셨고, 나 역시 관료를 천직이라 생각했다”며 “정치판은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개인의 힘으로 뭔가 바꿀 수 없는 곳이라 본다”고 말했다.

광운대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종합대학으로서의 새로운 경쟁력과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며 “취약한 재정 상황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지금도 광운대를 ‘광운공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며 “기술자 양성소로만 인식되면 창의성을 강조하는 융합 경제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공대 이미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광운대가 종합대학이 된 게 1987년입니다. 공대 계열과 비(非)공대 계열 전공 비율이 6 대 4 정도입니다. 물론 한국 최초로 전자공학 교육을 시작한 대학으로서 공대의 전통과 경쟁력은 당연히 이어가야 합니다. 다만 이젠 새 시대에 맞게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중시해야죠. 그렇게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