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2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기술수출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2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기술수출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2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기술수출 성과에 대한 소회와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임 회장은 “작년의 (한미약품) 결과는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가 다국적 기업의 R&D 형태를 모방했다면 성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해 10조원씩 R&D에 쏟아붓는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하면 국내 제약사의 R&D 비용은 1000분의 1 수준”이라며 “우리 분수에 맞는 R&D 전략을 개발해 성과를 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R&D는 제약산업의 생명”이라는 평소 소신을 강조하면서 “5~6년 전 적자가 나던 힘든 시기에 R&D를 강조했던 것은 어찌 보면 비정상적인 경영이겠지만, R&D가 없는 제약산업은 죽은 산업이라는 신념을 지켰기에 오늘의 성과를 이뤄낸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의 지난해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은 한미약품의 영광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제약산업의 영광이라고도 생각한다”며 “이 성과로 제약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돼 정부와 산업계가 제2 한미약품을 말할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콘퍼런스에 참가했다가 느낀 달라진 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미약품이 다음 번에는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먼저 다가와서 물어볼 정도로 1년 전과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개최한 포럼을 매년 열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하면서 그들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며 “오픈 포럼을 통해 한미약품이 지닌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경쟁자라는 인식 때문에 R&D도 폐쇄적이었지만 이제는 동반자 및 상생관계로 가야 한다”며 “한미약품이 글로벌 기업들과 협상하면서 쌓은 경험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제약사 바이오벤처뿐 아니라 서울대 아주대 등의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 기관투자가도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방향’(31.5%)과 ‘기술수출 노하우’(21.5%)를 가장 관심 있는 분야로 꼽았다.

바이오벤처기업 아이진의 유원일 대표는 “국내에서 이처럼 대규모 제약·바이오 포럼이 열린 것은 처음”이라며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재평가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