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고급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두 축으로 삼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을 공략한다. 이제까지 중저가 모델의 판매 확대에 치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당분간 공장 신설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 수익성으로 방향 트는 현대차…제네시스·SUV가 미국 공략 '투톱'
“고급차 제네시스와 SUV로 승부”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총 1747만여대다. 판매 대수로는 2050만여대로 추정되는 중국에 이어 2위 시장이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미국이 1위다. 시장조사업체 트루카에 따르면 미국 시장 규모는 5939억달러(약 719조원)가량으로 4000억달러인 중국보다 1.5배 크다. 대당 단가가 높은 고급차와 SUV가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새로 출범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로 미국 럭셔리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개막한 ‘2016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차량 약 20대를 전시할 수 있는 전시관을 아예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 발표회장으로 꾸몄다. 차량은 G90 2대와 올 하반기 제네시스 G80로 이름이 바뀌는 기존 제네시스 차량 1대, 제네시스 비전G 쿠페(콘셉트카) 1대 등 4대만 배치했다.

직접 발표에 나선 정 부회장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G90는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미국 특성에 맞게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중동에 이어 중국에도 G90를 들고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연도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중국에도 반드시 진출할 것”이라며 “다만 관세 등을 따져 중국에서 생산하는 게 좋을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자동차는 대형 SUV 콘셉트카 ‘텔루라이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텔루라이드는 기아차 미국 디자인센터에서 개발한 12번째 콘셉트카로 3.5L 가솔린 엔진과 130마력의 전기모터를 탑재한 플러그인(충전식) 하이브리드카다. 톰 커언스 기아차 미국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는 “미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외관은 강인하게, 내부 공간은 넉넉하게 디자인했다”며 “앞으로 기아차가 내놓을 7인승 대형 SUV의 모습을 텔루라이드를 통해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량 증대보다는 질적 성장 추구”

정 부회장은 이날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차량에 들어가는 재료나 원가 측면에서 품질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고 회사 구성원들도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며 “사람으로 얘기하면 ‘체질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2공장 계획에 대해선 “현대차 중국 4·5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 외에 추가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간 협업과 관련, “어느 회사하고도 할 수 있고 열려 있다”며 “기회가 되면 당연히 협력해야 하는 것이며 논의 중인 곳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좋은 회사가 많으므로 협력해서 좋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공세로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정 부회장은 “오히려 기회로 삼아서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게 우리가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려 한다”며 “겸손하게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개선점을 찾으면 우리가 얻는 무형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