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미국경제 과연 순항하고 있나
하지만 미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숫자로 보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이다. 이달 초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 상당수 학자들이 미국 경제의 저성장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낮은 임금상승률이다. 경제가 호조라면 임금이 올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0.2%로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0.6%로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너무 낮다.
지표·체감 경기 간 괴리 심해
낮은 임금상승률은 Fed의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한 저(低)물가와 직결된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3년 반 동안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옐런은 “물가가 중기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옐런의 견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유는 낮은 임금상승률 이면에는 노동생산성 하락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2.2%, 2000~2007년 2.6%였던 미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8년 이후 1.3%로 떨어졌다. 2011~2013년엔 0.7%로 추락했다. 앨런 블라인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 따르면 잠재 GDP 증가율은 노동생산성의 영향을 받으며 미국의 잠재 GDP 증가율은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평균 0.2%포인트 높다. 따라서 향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870~2013년, 143년 평균인 2.3%를 유지하면 미국의 잠재 성장률은 2.5%에 달할 수 있다. 반면 최근 몇 년처럼 0.7%에 머문다면 잠재 성장률은 1%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생산성 하락이 저임금, 저물가의 원인이며 미국의 경제 성장률 역시 갉아먹을 것이라는 얘기다.
심각한 것은 생산성이 왜 떨어지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양적 완화로 자본이 실물에서 금융 부문으로 이동해 기업 투자가 위축됐고 이것이 노동의 활용도를 떨어뜨려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린 것으로 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 환경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규제가 속속 생기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을 한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채용이 감소해 노동시장 참가율이 1977년 이후 최저치인 62%대로 곤두박질친 것도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낮은 실업률도 사실은 수백만명이 취업을 포기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미국 안팎으로 전 세계 관심은 온통 Fed의 추가 금리 인상에 쏠려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발(發) 금융시장 불안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장기 성장잠재력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 지도까지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노동시장 동향에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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