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로봇이 알아서 투자하는 신탁상품 11일부터 전지점  판매
국민은행이 11일부터 핀테크(금융+기술)의 한 분야인 인공지능자산관리시스템(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적용한 신탁상품을 은행권 최초로 판매한다. 1인당 2000만원 이상 맡기면 인공지능 분석을 토대로 국내 상장된 250여개의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민은행과 핀테크기업 쿼터백투자자문은 자문형 신탁상품인 ‘쿼터백 R-1’을 판매하기로 10일 계약을 맺었다. 11일부터 국민은행 전 지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상품 형태는 특정금전신탁이다. 기존 신탁상품의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인 데 비해 이 상품은 2000만원으로 기준을 낮췄다.

은행은 기존에도 자문형 신탁상품을 판매해 왔다. 위탁받은 돈을 투자자문사의 운용 지시에 따라 굴린 뒤 이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쿼터백 상품의 가장 큰 차별점은 운용 판단이 인공지능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쿼터백투자자문은 약 920조개의 투자 데이터를 3년여간 수집해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양신형 쿼터백투자자문 대표는 “ETF에 투자할 때 기초자산이 되는 S&P지수뿐만 아니라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종목까지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별 펀드매니저가 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율도 기존 신탁, 펀드보다 낮게 책정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만 해도 첫해 수수료율이 평균 2.12%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쿼터백 R-1’ 판매 추이를 지켜본 뒤 보다 공격적인 모델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신탁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사들은 국민은행의 이번 시도가 자산관리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프라이빗 뱅킹(PB) 시장에서 경합 중인 은행과 증권사들이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 전 분야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기법을 활용해 신탁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은행은 투자자문과 신탁상품 판매만 할 수 있을 뿐, 고객 돈을 받아 폭넓게 운용할 수 있는 일임업은 할 수 없다. 은행은 금융업권 칸막이를 없애달라며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 로보 어드바이저

robo advisor. 인공지능을 활용해 세계의 투자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 이를 토대로 맞춤형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미국에선 웰스파고, 찰스슈워브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동휘/김은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