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온실가스 감축, 당근이 절실하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파리협정의 성패를 좌우할 재정지원에 대한 선·후진국 간 동상이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대와 압력에 따라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한국의 감축목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의욕적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각국의 감축노력 및 여력 등을 감안한 평가인데 한국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성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 철강, 석유화학 분야는 에너지효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여력이 크지 않다. 에너지 절감 및 효율개선 시설에 대한 선제 투자로 글로벌 경쟁에서 앞섰던 국내 철강업계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관련 규제가 추가될 때마다 그 파장을 우려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온실가스 감축을 거부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가슴앓이하듯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이후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지금은 국내 여건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된 경제문제라는 점을 학습했다. 그러나 이제 목표는 정해졌고 2030년까지 남은 15년은 산업구조나 에너지기술의 혁명 같은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경제 및 산업정책과 연계한 종합적인 추진계획과 더불어 정책운용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규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지원과 인센티브 중심으로 정책 운용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 지원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만약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발전하는 경우에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형태의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한다면 자원순환경제로 나아가야 하는 미래사회 방향성과도 맞을 것이다. 산업현장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품질이지 에너지 회수가 아니다. 에너지 회수는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회수설비 설치공간 등 여러 장애요인에다 경제성도 떨어져 에너지 회수를 최우선 과제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 중심의 정책을 시행한다면 산업계의 미활용 에너지 회수를 촉진하면서 국가적으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 지원정책에서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거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배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기후체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에서 온실가스 감축기술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확보하고 기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되며, 그마저도 영구적이지 않고 공제율도 낮아지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국가지원으로 친환경제철공정 기술개발을 2008년 이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같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혁신기술 개발을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대기업 지원이라며 제동을 걸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위기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채찍보다 당근이 적절하다.

송재빈 <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