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9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141억원의 과징금 부과에 그친 한국 환경부의 조치가 솜방망이 징계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부가 제기한 소송 규모는 2014년 폭스바겐 매출의 40%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미국에서는 소송 당사자 중 한쪽이 공공복지를 심대하게 위협했을 때 정부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미 법무부는 폭스바겐 관계자를 형사처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이 민·형사상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판매정지, 리콜, 인증취소, 과징금(141억원) 부과 등 4개 조치를 취했다. 과징금 규모만 놓고 보면 미 법무부 소송가액의 약 1만분의 1이다. 차량 판매대수 차이를 감안해도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대기환경보전법상 검찰 고발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상으로도 정부가 폭스바겐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며 환경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배출가스 허용기준과 인증을 각각 규정한 법 46조, 48조를 위반한 것으로 89조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벌칙조항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 검찰 고발을 주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법 체계의 차이로 한국 정부가 미국처럼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환경부와 국토부 산업부 등 관련부처가 과징금 외에 가능한 모든 징계 내지 처벌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본다. 환경부는 설사 나중에 패소하더라도 검찰 고발도 하고 관련 민사소송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외국 디젤차 판매를 은근히 지원해왔다는 의심까지 내놓는 마당이다. 환경부가 미심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