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히타치 인사이드'
히타치가 지난달 자율주행차 모델을 관련 기업들에 공개했다. 히타치가 소유한 홋카이도의 도카치 자동주행시험장에서 테스트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센서에 의해 차량 주변을 감시하는 통신시스템은 물론 중앙처리장치(CPU)나 각종 전장 부품 등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자랑한 건 두 개의 CPU였다. 컴퓨터에 인텔 CPU가 들어가는(인텔 인사이드) 것처럼 자동차에서 ‘히타치 인사이드’가 되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은 내년이라도 스마트카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어 SW가 자율주행차의 핵심

히타치는 일본 가전업계 침체기에 과감한 사업 재편을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경상이익이 전년 대비 15.6%나 증가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히타치는 다시 사업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뉴 마켓은 물론 자율주행차 관련 부품이다.

자율주행차에서 전자부품은 80%를 넘을 전망이다. 차체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는 이들 부품에서 핵심이다. 어두운 곳을 볼 수 있고 위험을 재빨리 인지하는 센서 기술도 중요하다. 전자업체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히타치는 자동차사업부를 세운 것이 60년 전이었을 만큼 역사가 있다. 1992년 닛산에서 승용차 타입 전기자동차를 판매할 때 핵심인 모터와 컨트롤러를 납품하기도 했다. 이제는 일부 외장품을 제외하고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부품 대부분을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일본의 중견 완성차 기업들에 관련 시스템을 통째로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힌다. 여차하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다. 기존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흔들어 자율주행차 생태계를 빨리 꾸미고 싶어할 것은 분명하다.

“판도 바뀔 것” vs “아직 시기상조”

독일 부품업체 콘티넨탈도 시장 판도를 바꾸고 싶어 하는 기업 중 하나다. 타이어업체인 콘티넨탈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과 기술 개발 노력으로 지난해 자율주행차 부품 시장에서 1위를 했다. 전통적 부품업계 강자인 일본의 덴소나 보쉬를 눌렀다. 덴소 부품을 주로 사용하는 도요타도 자율주행차에 관한 한 콘티넨탈 제품을 사용할 정도다.

기업 구조도 독특하다. 엘마 데겐하르트 사장은 인수된 기업 출신이다. M&A 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매출에서 자율주행차 부문이 60%를 차지한다. 전자업체나 부품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꼬리와 몸통을 따로 구분할 수 없는 생태계가 되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 시장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보안이나 테러 등에 너무 취약하고 법률이나 제도 등도 손질할 게 하나둘이 아니다. 도로 인프라도 다시 깔아야 한다. 보험 시장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상용화 되려면 수십년이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오늘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선 완성차업체 9개를 포함해 115개 기업이 최신 자동 운전기술과 차체정보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쇼가 아니라 자동차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올해는 이렇게 시작됐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