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는 음악계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미 익숙한 시도다. 자동차업계에서 크로스오버는 SUV 중심의 변형이 다수를 차지한다. 널찍한 실내공간과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도심형 CUV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볼보자동차는 크로스오버 열풍에 동참하면서 '크로스컨트리(CC)'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제안했다. 해치백과 왜건 등의 지상고를 높여 강인한 인상을 더하고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볼보가 내놓은 세 번째 크로스오버는 주력세단 S60 기반의 S60 크로스컨트리다. 볼보의 새로운 시도 S60 크로스컨트리 D4를 시승했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디자인&상품성
처음 차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독특한 비례가 주는 신선함이다. S6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보다 높이가 55㎜, 지상고가 65㎜ 각각 높다. 세단의 간결하고 세련된 느낌은 해치지 않으면서 보다 남성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만들었다. 크기는 길이 4,635㎜, 너비 1,865㎜, 높이 1,540㎜, 휠베이스 2,775㎜다. 중형 세단에 해당하는 D세그먼트로 분류할 수 있지만 수치 이상의 당당한 체구를 갖췄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높아졌다는 점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확연히 알 수 있다. 기존 세단도 시야가 좁은 편은 아니었지만 크로스컨트리는 SUV에 탑승한 듯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타고 내리거나 짐을 실을 때도 편하다. 5~6㎝ 높아졌을 뿐인데 차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볼보차는 차고를 높이면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시승중 피부에 와닿았던 강점은 일상생활에서의 편의성이다.

크로스컨트리만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디테일도 추가했다. 전면 그릴의 패턴을 벌집 모양으로 만들어 차별화했다. 휠도 크로스오버만을 위한 18인치 테크 매트 블랙 다이아몬드 커팅 제품으로 끼웠다. 휠 아치를 마감한 무광 검정 익스텐션과 리어 디퓨저, 하단 고광택 프레임 등은 거친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실내 구성도 세단과 사뭇 다르다. 크로스컨트리를 상징하는 갈색 계열로 곳곳을 마감해 감각적이면서도 안락한 느낌을 살렸다. 기존 세단보다 많은 짐을 싣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용도를 고려한 시도다.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스포츠 가죽시트에도 갈색 스티치를 더해 장식성을 높였다. 완전한 버킷시트는 아니지만 옆구리와 허리를 은근하게 지지한다. 간결하고 세련된 스칸디나비아식 구성은 여전하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든든한 안전품목은 볼보차의 대명사다. 추돌경고장치와 사각지대경보장치 등을 비롯한 시티 세이프티,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 및 자전거 감지 시스템,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 눈부심 방지기능을 적용한 룸미러와 사이드 미러. 전자식 차일드 도어록 등을 모두 기본으로 채택했다.

▲성능
S60 크로스컨트리 D4는 4기통 2.0ℓ 트윈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제원표 상 성능은 최고 190마력, 최대 40.8㎏·m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5.3㎞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드라이브-E'로 명명한 볼보차의 신규 파워트레인은 빠른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만족스러운 달리기 성능과 고효율이라는 두 가지 미덕을 동시에 잡은 덕분이다. 힘있게 달릴 땐 달려주고, 효율 운전을 할 땐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준다. 소음·진동 억제도 높은 수준이다. 강인하고 힘이 넘치는 디자인에 걸맞는 달리기 실력을 과시하고, 효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기존 볼보차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한 결과물이라는 판단이다.

달리는 즐거움을 책임지는 건 토크다. 비교적 저회전 영역인 1,75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덕분에 몸집을 키웠지만 사뿐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좋다. 정차 후 출발할 때나 차선 변경 등을 위해 순간가속을 할 경우 풍부한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8단 변속기는 운전자의 발 움직임에 맞춰 부드럽게 위 아래로 오르내린다. 에코플러스, 드라이브, 스포트 등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데, 이 중 인상적인 모드는 에코플러스다. 일반적으로 여러 주행모드를 지원하는 경우 효율을 중시하는 모드에선 아무래도 답답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반응성과 가속성능을 다소 희생하면서 연료소비를 줄이도록 세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승차는 이런 단점이 없다. 변속기의 빠른 반응과 높은 토크 덕분이라 짐작해본다.

몸놀림은 무난하다. 그러나 차고가 높다는 특성 상 날카로운 조향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반대로 승차감을 중시한 세팅도 아니다. 노면을 읽는 감각은 단단한 편이다. 이는 크로스오버 성격과 일치한다. 형태뿐 아니라 주행감성 역시 세단과 SUV의 중간점을 지향한 결과로 해석한다.

▲총평
초기 거시경제학 이론 중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세이의 법칙'이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크로스오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반대로 자동차업계가 내놓는 다양한 크로스오버들이 '주중엔 도심에서, 주말엔 아웃도어에서' 같은 식의 소비심리를 지극하기도 한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S60 크로스오버는 지금까지 출시했던 수많은 크로스오버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세단을 기반으로 탄생한 크로스오버인 만큼 SUV에서 시작한 크로스오버보다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부담감(유류비, 주차, 디자인 등)이 적다. 그래서 볼보차가 제안한 새로운 제품군은 한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판매가격은 4,970만 원이다.

[시승]세단과 SUV의 묘한 공존, 볼보차 S60 크로스컨트리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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