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콜롬비아 미녀
세상에 줬다 빼앗는 것만큼 화나는 일도 드물 것 같다. 최근 미스 유니버스 시상식에서 미스 콜롬비아인 아리아드나 구티에레스가 1위로 호명됐다가 2분 만에 2위로 뒤바뀌는 보기 드문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여성들이 예쁜 것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콜롬비아인들은 ‘왕관을 도둑 맞았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콜롬비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나라다. 소프트와 하드 코어를 동시에 갖고 있다. 콜롬비아는 코스타리카, 쿠바와 더불어 미녀가 많은 ‘3C’ 국가로 꼽힌다. 세계 3위 커피산지이며 노벨상 작가인 마르케스 등 남미 유명 작가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세계 마약의 80%를 공급하는 최대 마약산지다. 고산지대의 기후가 커피와 코카인 재배에 최적인 탓이다. 마약 밀수출은 이 나라 GDP의 1~3%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안데스산맥의 북쪽 끝자락 해발 1500m의 제2도시 메데인은 미녀와 패션의 도시로 유명하다. 인물을 후덕하게 그린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도 이곳 출신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설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이끈 메데인 카르텔의 본거지다. 미인과 범죄는 콜롬비아의 빛과 그늘인 셈이다.

콜롬비아에 미녀가 많은 것은 민족 다양성에 기인한다. 원주민과 스페인 이주자, 흑인 노예에다 20세기 들어 유럽 중동 일본 중국 등의 이민자까지 들어왔다. 미인대회 강국인 베네수엘라, 필리핀처럼 혼혈이 많은 나라다. 남자 중에도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보면 호날두 뺨치는 미남이다.

이 나라 출신 월드스타로는 미국 영화 ‘아메리칸 셰프’, 드라마 ‘모던 패밀리’에 출연한 소피아 베르가라, 세계적으로 벨리댄스를 유행시킨 샤키라 등이 있다. 콜라병 몸매의 베르가라는 최근 1년간 TV 출연료로 2580만달러를 벌어 여배우 중 공동 1위였다. 영어 아랍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샤키라는 아버지가 레바논계다. 모델 제시카 세디엘, 배우 다나 가르시아도 빼놓을 수 없다.

콜롬비아에서는 해마다 수백건의 미인대회가 열리고,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엉덩이 미인대회, 교도소 미인대회까지 있다. 얼굴, 몸매 성형도 성행한다.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면 부와 명예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후보가 염산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있을 정도다.

이런 콜롬비아가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가 번복된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심지어 대회의 전 소유주인 도널드 트럼프가 배후라는 음모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래저래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다닌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