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건설 '수주 절벽'…철강 '실적 악화'

선박용 후판 판매 급감으로 철강 3사 직격탄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 반등 안하면 생존 위험"
[주력산업 '역 오일쇼크'] 중동 공사 반토막…해양플랜트 100억달러 취소 사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조선 건설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에서는 “역(逆)오일쇼크가 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가 더 떨어지거나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관련 기업 상당수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저유가를 축복으로 여겨왔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생산 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가계 소비도 늘어 내수 진작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초(超)저유가 시대는 국내 산업 전반에 장기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가 하락으로 인한 장점보다는 매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가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건설 조선 등 주력 수출 업종에서는 이미 ‘수주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조선 수주 급감

건설·조선업계는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 물량 취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원유를 채굴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과 에너지 기업들은 줄줄이 원유 채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 들어 8일까지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건설·플랜트 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 306억달러(36조16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7억달러(17조3019억원)로 집계됐다.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에서 공사 발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20억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의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고, 카타르는 85억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 등 중동에서 진행되던 사업들의 발주를 연기했다.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최근 준공시킨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는 미수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못 받은 공사대금이 손실로 확정될 경우 관련 기업들의 ‘실적 쇼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兆)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조선업계도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 선박 공급 과잉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 해양프로젝트 물량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2012년 대형 조선사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던 사업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올 4분기 발주가 예정됐던 해양프로젝트 대부분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일부 사업은 발주사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뤄진 사업 규모를 다 더하면 약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70달러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형 해양플랜트 발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실적 악화 우려

저유가로 조선업계 실적이 악화하면서 선박용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의 핵심 소재로 배 한 척을 건조할 때 후판 가격이 통상 원가의 30%를 차지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철강 3사의 후판 판매량은 545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6만t 감소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시장 침체로 지난 8월 포항 제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원유를 실어나르는 강관 부문 전망도 어둡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시추 사업이 줄어들고 미국 셰일오일 업체 생산도 위축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강관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 중국의 추격으로 중후장대 산업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자동차 정유 항공 등 일부 업종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저유가가 중동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국내외 경제 전반에 침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어서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가 하락 이후 수출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지만 수출물량 증가세는 미약하다”며 “세계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보라/도병욱/이현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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