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7일 열린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앞줄 왼쪽부터), 이동형 스타코 대표, 김종현 유니테스트 대표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말에 박수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7일 열린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앞줄 왼쪽부터), 이동형 스타코 대표, 김종현 유니테스트 대표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말에 박수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때 내수산업,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화장품이 무역흑자를 창출하는 수출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앞으로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금탑산업훈장)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20년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차별화된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 조만간 1억달러 수출도 달성하겠습니다.”(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은탑산업훈장)
무역 1조달러 달성 멀어진 우울한 무역의 날…나홀로 빛난 K뷰티 '수출 한국' 희망 쐈다
해외시장에 일고 있는 ‘K뷰티’ 돌풍을 반영하듯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2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선 화장품업계 경영인들이 눈에 띄는 수상 실적을 올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서 회장과 이 회장 외에도 김진구 산성앨엔에스 대표가 대통령표창을 수상했고 잇츠스킨과 클레어스코리아가 2000만불탑, 코리아나화장품은 500만불탑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세계적 히트상품인 ‘쿠션 화장품’을 개발한 최경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상무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는 등 실무진의 수상도 줄을 이었다.

무역 1조달러 달성 멀어진 우울한 무역의 날…나홀로 빛난 K뷰티 '수출 한국' 희망 쐈다
화장품은 국내에서 수입 브랜드의 인기가 높았던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만년 무역수지 적자’ 품목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화권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정부가 정한 13대 수출 주력 품목의 수출액이 올들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화장품의 약진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이 “요새 수출이 잘되고 있는 품목은 화장품 등 일부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다.

국내 화장품기업들의 ‘수출 대박’은 오랜 도전 끝에 이뤄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964년 ‘오스카’ 화장품을 시작으로 수출에 나선 뒤 ‘1억불 수출의 탑’(2013년)을 받기까지 49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수출액이 연 50% 이상 급증하면서 올 들어 10월까지 1억8252만달러를 기록, 1억달러를 달성한 지 2년 만인 올해 2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업체인 코스맥스는 창립 초기부터 수출 우선정책을 펴 랑콤, 입생로랑, LVMH 등 세계적 화장품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50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세계 화장품 ODM업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판지 제조업체였던 산성앨엔에스는 ‘리더스코스메틱’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마스크팩 등이 중국인에게 큰 인기를 누리면서 화장품사업에 본격 진출한 지 4년 만에 ‘1000만불탑’을 받았다. 산성앨엔에스의 성공은 많은 기업이 화장품에 새로 진출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달팽이크림’으로 대박을 낸 잇츠스킨과 ‘마유크림’으로 돌풍을 일으킨 클레어스코리아는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그러나 화장품 분야의 선전을 제외하면 이날 무역의 날 기념식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울했다. 정부가 ‘사상 첫 세계 6위 수출국 도약’과 같은 성과를 강조했지만, 이면에는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드러내는 비관적 지표가 적지 않다. 올해 ‘1억불 수출의 탑’을 받은 기업은 59개로, 지난해(95개)보다 38%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산업부가 집계한 지난달 수출 실적에서도 전통적 주력 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각각 1년 전보다 36.3%, 24% 감소했고 반도체도 9.6% 줄었다.

임현우/김재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