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상범 LGD 부회장 "차세대 OLED 키우는데 집중하겠다"
승진 후 첫 단독 인터뷰 "어깨 무겁지만 잘 할 것"
내년 대형·플렉시블 주력…경쟁력 높여 위기 돌파
◆“대형, 플렉시블 OLED 집중”
한 부회장의 승진은 최근 LG그룹 인사의 백미였다. 모회사(지분율 37.9%)인 LG전자에 부회장 승진이 없었지만, 자회사에서 나온 것. 더군다나 그는 사장으로 승진한 지 3년밖에 안 됐다. LG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의 역할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승진 소감은 담담했다. 한 부회장은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잘해서가 아니라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승진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기쁨보단 고민이 느껴졌다.
한 부회장은 “올해 신규 투자를 발표한 공장을 준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신공장이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7일 1조8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파주시에 대형,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생산할 신공장 ‘P10’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1조8400억원은 건물을 짓는 데만 쓰는 돈이다. 장비 반입 등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액은 5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부터 경북 구미에 플렉시블 OLED 패널 공장을 짓기로 하고 1조5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에 ‘올인’하는 건 시장 변화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4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LCD 시장 성장세가 꺾이고, 중국 업체들이 패널을 쏟아내 가격마저 폭락하자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OLED 패널을 이용하면 휘거나 접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종잇장처럼 얇고 투명한 TV도 개발할 수 있다. 아직 중국 업체들은 OLED 패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대만 업체도 소형 OLED만 할 뿐 대형은 손을 못 대고 있다. 한 부회장이 대형, 플렉시블 OLED를 키우겠다고 강조한 것은 중국과 대만을 ‘두 걸음’ 이상 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승진 직후에도 대만 출장
한 부회장은 승진 발표 직후 축하연 대신 5박6일 대만 출장을 떠났다. 현지 거래처와 만나 협력을 논의하고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한 부회장은 평소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중국 대만 TV 업체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전략적 제휴에 힘쓰고 있다. LG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LG전자 실적에 따라 LG디스플레이 실적도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의존도를 3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고객사 다변화 전략이 성공한 것도 한 부회장의 승진 이유로 꼽힌다. 삼성 등 경쟁사에선 “LG에서 가장 두려운 최고경영자(CEO)는 한 부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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