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업체 도레이의 직원들이 연구개발(R&D)센터에서 유니클로의 발열내의 히트텍에 쓰이는 원사의 가공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
소재업체 도레이의 직원들이 연구개발(R&D)센터에서 유니클로의 발열내의 히트텍에 쓰이는 원사의 가공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
일본 도쿄의 쇼핑거리 긴자에 있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12층짜리 플래그십 스토어. 속옷과 셔츠부터 겨울 점퍼까지 유니클로의 모든 상품이 층마다 빼곡한 이곳은 일본인은 물론 한국, 중국, 미국과 유럽까지 해외 곳곳에서 찾아온 쇼핑객으로 북적거렸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을 구사하는 전담직원들도 ‘글로벌 SPA’로 성장한 유니클로의 위상을 보여줬다.

[일본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 (1) 소재 혁신 도레이와  R&D 제휴 역발상…발열내의 개발
1984년 히로시마의 작은 옷가게에서 출발한 유니클로는 17개국에 1600여개 매장을 둔 세계 4위 SPA 브랜드로 성장했다. 유니클로 본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연평균 30%씩 성장해 올해 매출 1조6817억엔(약 15조8000억원), 영업이익 1644억엔(약 1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209억달러(약 24조원·2014년 포브스 집계)의 자산을 보유한 일본 1위, 세계 41위 부자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값이 싸서 잘 팔리는 옷’이 아니다. 일본의 섬유기술을 집약한 ‘소재 혁신’, 옷값 거품을 걷어낸 ‘유통 혁신’, 수차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은 ‘해외 도전’이 유니클로 신화를 낳은 원동력으로 꼽힌다.
[일본 유니클로의 성공 비결] (1) 소재 혁신 도레이와  R&D 제휴 역발상…발열내의 개발
유니클로는 발열 속옷 ‘히트텍’(2003년 출시), 냉감 속옷 ‘에어리즘’(2008년), 초경량 패딩 ‘울트라 라이트 다운’(2009년)처럼 기능성을 강조한 의류로 유명하다. 이들 글로벌 히트상품은 유니클로가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와 함께 개발·생산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던 일본에서 저렴한 보온 의류 ‘후리스’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수년간 이어지던 후리스의 인기가 2000년대 초 사그라지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옷’을 내놓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야나이 회장은 2002년 도레이를 찾아 히트텍 개발을 의뢰했다.

이시이 하지메 도레이 글로벌영업 총괄이사는 “당시는 일본 섬유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여러 경쟁 업체가 사업을 접는 때였고 도레이 역시 어려움에 처했다”며 “유니클로와의 협력은 양사 모두 위기를 극복한 윈윈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1만벌 이상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버리길 반복한 끝에 출시한 히트텍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양사는 협력의 폭을 더욱 넓혔다. 2006~2010년 2000억엔, 2011~2015년 5000억엔의 장기 계약을 맺었고 최근 2016~2020년 1조엔 규모의 거래계약을 맺었다. 이시이 총괄이사는 “유니클로와 도레이는 사실상 한 회사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패션기업과 소재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사례는 패션계에 유니클로와 도레이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제품 개발과 생산은 도레이에 맡기고, 기획과 판매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의류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대형 섬유업체와의 장기 협업 체계를 통해 최장 7단계에 이르는 의류 유통단계를 2단계(직거래)로 축소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도·소매상이 끼어 옷값에 거품이 많이 낄 수밖에 없었던 일본의 의류유통 구조를 혁신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유니클로의 최대 매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국내 매장에서 셔츠와 바지는 2만~3만원대, 두툼한 코트와 점퍼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구니이 요시히로 유니클로 생산총괄 부회장은 “기존 의류에 없던 기능성을 담은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런 옷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유통단계의 거품을 걷어내는 철저한 혁신을 거친다”며 “옷을 통해 세계인의 삶을 바꾸는 ‘라이프웨어’를 지향하는 것이 유니클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2001년 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 세계 17개국에 16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 진출이 처음부터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21개까지 매장을 열었다가 2년 만에 16곳을 폐점하면서 120억엔의 손실을 봤고, 미국에서는 널찍한 초대형 매장 대신 어정쩡한 중간 크기 매장 위주로 진출하는 전략 오류로 2006년 철수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0년 전인 2005년 14개였던 해외 매장 수가 올해 812개로 증가, 일본 내 매장 수(798개)를 앞질렀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개씩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구니이 부회장은 “전 세계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게 유니클로의 최종 목표이자 존재 이유”라고 했다.

도쿄·교토=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