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주 6년 만에 최악…중국의 5% 불과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 대형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데다 선박 수주는 중국 업체에 빼앗기고 있다. 지난달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중국의 5%에 그치며 6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이런 추세라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는 조선사들의 매출마저 급속히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된다.

◆해양플랜트 발주 줄줄이 연기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4분기에 발주가 예정됐던 대형 해양플랜트 대부분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모잠비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발주는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ENI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30억달러(약 3조4500억원) 규모로 예상됐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수주전에 나섰지만 언제 발주될지 예측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됐다.

셰브론이 발주하는 15억달러(약 1조7250억원) 규모의 태국 ‘우본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나이지리아 봉가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등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10개 가까운 대형 해양프로젝트의 발주 시기가 올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됐다”며 “이 중 일부는 사실상 발주를 포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끊기면서 조선 빅3 매출도 크게 줄고 있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한 건은 상선 10척에 맞먹는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및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 204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했지만, 10월 말까지 목표의 60%인 123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150억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수주량은 100억달러 규모다. 대우조선은 44억달러를 수주해 목표(130억달러)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조선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해양플랜트를 수주하지 못하면 회사 규모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에너지기업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꺼리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11월 수주량 2009년 이후 최악

수주량도 급감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달 7만9834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선박 수 기준으로는 세 척을 수주했다. 2009년 9월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세계 발주량(182만2601CGT) 중 4.4%를 수주했을 뿐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146만4141CGT를 수주했다. 한국 수주량의 약 20배다. 수주 점유율은 80.3%나 된다. 올해 누적 수주량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1위를 유지했다. 991만7834CGT를 수주해 발주량의 33.8%를 가져왔다. 중국은 882만4195CGT(30.1%)로 2위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한국 조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및 초대형 유조선을 대량 수주해 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지 하반기 실적을 놓고 보면 중국에 밀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 조선사들이 물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