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변신엔 ‘쉼표’도 ‘마침표’도 없는 것 같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소셜커머스 회사에서 종합 온라인쇼핑 업체로 탈바꿈한 쿠팡이 올 들어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국 물류망 구축에 나서 유통업계의 관심을 받더니, 이번엔 배달차량을 전부 전기차로 바꾸고, 전기차 렌터카 사업에도 발을 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쿠팡이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 달려가는 쿠팡
○“전기차 렌터카 사업 진출 검토 중”

쿠팡이 보유하고 있는 배송트럭을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이달 5일 발표한 로켓배송 서비스 확대와 관련이 깊다. 쿠팡은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14곳의 물류센터를 21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국 물류센터에서 소비자 가정까지 모두 전기차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전기차가 아직은 비싸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배달차량은 시내 운행이 많고 자주 정차해야 해 전기차가 장기적으로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친환경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대구에서 시범적으로 전기차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긍정적이다. 전기차 확산 보급 정책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전기트럭을 생산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 문제지만 이를 계기로 국산화 개발을 장려할 수 있다”며 “쿠팡이 추진하는 사업을 계기로 전기차 부품산업과 충전 인프라 등 다른 연관 산업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배달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사업이 마무리되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렌터카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쿠팡이 전기차 렌터카 사업에도 진지하게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쿠팡의 변신’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 회사로 출발했다. 식당 할인권이나 상품을 공동 구매해주는 게 주 사업 영역으로, 경쟁 상대는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온라인쇼핑몰로 전환해 쿠팡의 경쟁자는 국내에서는 이마트몰, 해외에선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다. 이달부터는 양파 등 신선식품도 쿠팡에서 판다. 전국 물류센터를 구축하면 오프라인 대형마트와도 경쟁하게 된다.

쿠팡의 이런 변신은 작년 3월부터 시작한 ‘로켓배송’에서 두드러졌다. 주문한 다음날 택배사가 아니라 자사 직원이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고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쿠팡에서 이뤄진 거래액은 연간 2조원을 넘겼다. 2013년 1조2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로켓배송 서비스는 지난달 한국통합물류협회로부터 화물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지만, 쿠팡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비스를 더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들도 쿠팡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세쿼이어캐피털이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도 3억달러(약 3300억원)를 쿠팡에 넣었다. 올해 6월엔 손정희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쿠팡은 이 자금을 전국 물류센터 구축 등에 투입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쿠팡의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1215억원으로 매출(3485억원)의 35%에 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쿠팡 관계자는 “영업손실은 과감한 투자에 따른 것으로, 올해도 그럴 것이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며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국내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시장의 강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