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은 돈 주고 사볼까
여기저기서 신년 달력이 등장할 때면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서히 2016년 달력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2015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이다. 사실 달력 자체의 효용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의 발달로 달력 볼 일이 많지 않아 기업들이 찍어내는 ‘공짜 달력’의 발행부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하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특별한 의미를 담은 달력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많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몸짱소방관 달력’이 대표적이다. 이 달력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서울시 몸짱소방관 선발대회’에 참가한 현직 소방관 14명의 화보를 찍어 제작한 것이다. GS샵에서 다음달 6일까지 예약 판매가 진행 중인데, 사흘 만에 5700부 넘게 팔렸다.

그냥 남자 모델이었다면 아무리 몸이 좋아도 이 정도로 잘 팔리진 않았을 것이다. 험지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한 소방관들의 ‘아름다운 근육’을 담았고,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화상환자 치료비로 기부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형석 GS샵 기업문화팀장은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화상환자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소방관들의 마음이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해마다 높은 판매액을 기록하며 스테디셀러에 오른 ‘무한도전 달력’도 2016년 버전으로 돌아왔다. G마켓에서 지난 19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10만건의 주문이 몰렸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이 달력 역시 수익금 전액을 사회공헌단체에 전달한다.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올 들어 선보인 식스맨, 바보전쟁, 해외 극한알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 주요 에피소드를 소재로 디자인했다. 옥션에서 판매 중인 ‘멸종위기동물 Ver.2 캘린더’도 수익금 일부를 야생동물 보호기금으로 기부하는 상품이다.

G마켓 관계자는 “달력은 공짜로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전과 달리 최근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정판이고 수익금을 좋은 곳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이들 제품 외에도 ‘재미’를 자극하는 이색 콘셉트의 달력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유행한 컬러링 북(색칠놀이 책)에 달력을 접목한 ‘5000 컬러테라피 벽걸이 캘린더’, 달력 뒷장마다 그려진 명화(名畵)에 취향대로 색을 칠해 완성하는 ‘외국명화 체험달력 만들기’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새해 달력은 돈 주고 사볼까
숫자로 된 퍼즐 블록을 집, 빌딩, 계단 등 원하는 모양으로 조합하는 ‘레고 셀프디자인 만년달력’과 친환경 나무 소재로 제작한 ‘강아지 캘린더’ 등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쓰임새가 높다. 생활용품 전문매장 모던하우스는 올빼미, 목각트리 등의 형태에 블록을 끼워 맞춰 날짜를 설정하는 만년 달력을 판매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