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5’에 참석한 해외 연사들과 기업인, 차세대 영재 학생들이 5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영재 기업인과 세계적 리더의 만남’에서 활짝 웃고 있다.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2015’에 참석한 해외 연사들과 기업인, 차세대 영재 학생들이 5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영재 기업인과 세계적 리더의 만남’에서 활짝 웃고 있다.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다양한 인재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5’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5일 막을 내렸다.

이번 인재포럼에서는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대학 총장과 기업 경영자 등 주요 참석자들은 인재포럼 출범 10년을 맞아 처음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래 인재상(像)은 ‘창조적 문제 해결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인재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인류에게 진정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래인재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 △폭넓은 국제경험이 꼽혔다. 폴 에번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명예교수는 “폭넓은 국제경험을 지닌 인재들이 창조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뛰어나다”고 말했다.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미래 사회는 고용 기회가 더욱 줄어들면서 소수의 학생만이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며 “스스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래의 인재상인 ‘창조적 문제 해결자’를 육성하기 위한 7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질문하는 창의적 교육과 학제 구분 없는 다양한 선택 기회, 기업가 정신 고양, 실패하면 벌주는 문화 극복,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시민성 교육 통한 리더십 제고, 교육환경의 국제화 등이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5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5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① 10세에 멈추는 질문…다시 쏟아내게 해야

밀턴 첸 조지루카스교육재단 이사장은 “통계에 따르면 8세 학생들은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다가 10세쯤 되면 질문을 멈춘다”며 “그런 질문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초·중학교 학생들이 계속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학생 선발 때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는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른바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을 갖고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T자형 인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첸 이사장은 “전문성만 중시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호기심에 기반을 둔 창의력 교육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② 학제 구분 없이 다양한 관심사 가르쳐야

마거릿 셰일 호주 멜버른대 부총장은 “2008년 대학교육 개혁을 통해 학부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학제 제도를 도입했다”며 “학생들이 장래에 무엇을 할지를 폭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학을 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은 음악, 인문학 같은 다른 전공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주 전공을 너무 일찍 결정할 필요도 없다. 우선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한 뒤 자신이 원하는 때에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스티븐 러바인 미국 칼아츠 총장도 “컴퓨터수업을 통해서도 발레리나들이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어떤 지식을 조합해 창의적으로 해결하는지 도와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③ 외국인 교수와 학생이 넘쳐나게 해야

폭넓은 국제 경험은 미래 인재의 중요 자질로 꼽혔다. 에번스 명예교수는 “이동성(mobility)이 인재를 개발시킨다”며 “다른 문화권 동료들과 협력하는 과정에 대화능력,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리카르도 기사도 스페인 고용훈련노사정재단 국제관계국장은 “전 세계 좋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미국 대학에 모여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폭넓은 다양성과 유연성 때문”이라며 “이는 학생들의 재능을 키우고 열린사회를 이루는 데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이 외국인 학생과 교수진을 늘리고 다른 나라 대학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국제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④ 기업가 정신 교육 통해 창업인재 키워야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으로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 직업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내 최초로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세웠다”며 “동문 벤처 대표이사(CEO)들이 강사로 나서서 학생들의 창업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필리프 그네히 스위스 연방직업능력개발원장은 “스위스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교육과 시장의 연관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대학 진학률은 2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직업학교에 진학한다”고 말했다.

⑤ 실패하면 벌주는 문화부터 극복해야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기업 IDEO의 다이애나 로튼 부사장은 “우리는 인재 선발 때 기술뿐 아니라 태도를 중시한다”며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튼 부사장은 △실패에서 배우고 △협력하고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고 △긍정적으로 임하고 △주인의식을 갖는 자세를 인재의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타이론 칼린 호주 시드니대 부총장은 “1970년대 친구들과 처음 여행을 가는 나이가 6세였는데 지금은 12세로 높아졌다”며 “학생들의 경험이 부족한 만큼 대학은 학생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커리큘럼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⑥ 기업 경영진에 여성 비율 높여야

미국 여성단체 캐털리스트의 데버러 길리스 회장은 “남성과 여성이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보장하는 것은 고용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입사 뒤에도 중요하다”며 “회사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와 도전을 주고 있다는 조직의 가치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경영진에 여성 비율을 높여 ‘성공 신화’를 이루는 것은 여성의 경제 참여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⑦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도록 시민성 교육해야

폴 존슨 호주 서호주대 총장은 “대학은 어린 학생들을 미래의 주도적 시민으로 키워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대부분 대학이 실용적인 직업교육에만 신경쓸 뿐 학생들의 사회적 자질과 가능성을 키우는 시민성 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워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인적자원 부총장은 “학생들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과제들은 모두 리더십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허란/고재연/이현동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