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에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기업’ 지원은 축소하고 꼭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정책금융 시스템이 정비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의 보증을 창업 및 성장 단계 기업에 집중하고 경쟁력 떨어지는 기업엔 축소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업력 10년 이상 기업은 심사를 강화하고 장기보증료도 올리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기업 생존율을 높이기보다는 생산성을 올리는 쪽으로 정책금융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퍼주기식 정책금융이 중소기업 육성은 못 하고 좀비기업만 양산해 왔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의동 새누리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신보에서 10년 이상 장기보증을 받고 있는 기업은 8월 말 기준 무려 3741개에 달한다. 20년 이상은 600개, 30년 이상도 6개나 된다. 이 중 상당수는 신보 보증을 활용해 은행을 갈아타면서 장기간 대출을 이용하는 한계 중소기업들이다.

정책자금이 이처럼 부실한 한계기업으로 유입되면서 산업생태계를 교란하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좀비기업들이 보증 여력을 갉아먹고 결과적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며 기업 구조조정도 지연시킨다고 지적한다. 신보의 보증규모는 2005년 29조1528억원에서 올해 41조4985억원으로 10년 사이에 42%나 증가했다. 갈수록 보증 의존증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산업·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도 함께 조정할 것이라 한다. 중복 쏠림이나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총선을 앞둔 정치바람에 정책금융 개편안이 혹시나 무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가 좀비기업을 경계하는 것은 멀쩡한 기업들까지 물귀신처럼 부실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책금융은 최소화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