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부문 다산경영상을 받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부인 송정희 씨(세 번째)가 딸 시내씨(두 번째)와 사위(첫 번째), 회사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전문경영인 부문 다산경영상을 받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부인 송정희 씨(세 번째)가 딸 시내씨(두 번째)와 사위(첫 번째), 회사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전문경영인 부문에서 제24회 다산경영상을 받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8일 “LG화학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살아있다면, 가장 먼저 투자하고 싶을 만큼 LG화학을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다산경영상 시상식에서 부인 송정희 씨와 딸 시내 씨, 사위 등 가족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다음은 수상 소감 요지.

한국경제신문이 이 상을 준 데는 “다산의 실사구시(實事求是), 민본주의(民本主義) 정신을 본받아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 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LG화학은 소재를 만드는 회사다. 누군가의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가장 기초를 만드는 기업이다.

1947년 창립 이후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을 제조하겠다’는 꿈, ‘세계 최고의 화학공장을 일구겠다’는 꿈,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최고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꿈들이 모여 현재의 LG화학을 이뤘다. 지금 이 순간에도 2만5000여명의 임직원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소재를 내놓겠다’는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꿈꾸고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건 단 하나의 소망 때문이다. 바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눈물과 견디기 힘든 실패를 참아내야만 하는 무수한 성장통을 경험해야 했다.

1977년 LG화학에 입사해 처음 전남 여수공장에 발령을 받았을 당시, 그곳은 공장이라기보다는 건설 현장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일할 공장을 직접 지어야 했기 때문에 근무복과 작업화는 늘 흙투성이였다.

1980년대 초 여수공장 생산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플라스틱 원료 중 하나인 폴리스티렌(PS)을 제조하는 고효율 생산공장 건설을 주도했을 때의 일이다. 원료 투입과 제품 생산을 한 번씩 끊어서 하던 종전의 배치(batch) 공정이 아닌, 지속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연속 공정을 적용한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우여곡절 끝에 공장은 완공했지만, 시운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에서 발생한 문제로 결국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같이 일하던 일본 기술자들이 “다시 가동하는 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루빨리 라인을 가동하지 못하면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사직서를 써서 책상에 넣어두고, 현장에 야전침대를 마련해 직원들과 함께 몇 주 동안 밤새 현장을 지켰다. 다행히 생산라인을 3주 만에 정상화할 수 있었다.

이제 나와 LG화학은 또 다른 꿈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것은 LG화학을 ‘연구개발(R&D)이 강한 세계적 소재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소재는 과거부터 세상을 움직인 원동력이다. 현대의 소재는 더 정밀해지고, 첨단화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가장 밑바탕에서 강력하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더 치열하고 집요한 도전을 통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미래 소재를 창조해 나가겠다. 이 과정에서 다산이 세상의 가장 높은 기준으로 제시한 ‘옳은 것을 지켜 이익을 얻는 자세’를 늘 견지하도록 하겠다. 다산이 살아 있다면 가장 먼저 투자를 하고 싶을 만큼 LG화학을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

정리=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