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서 시작하라고요? 그럴 바에야 솔로가 낫죠"
‘결혼이 부담’이라는 젊은이에게 기성세대가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단칸방에서 시작했어.” 결혼과 출산에 따르는 책임을 지기엔 요즘 세대가 너무 나약하다고 말한다.

젊은이들도 할 말이 많다. 물류창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박정수 씨(29·남). 어린이집 교사인 여자친구가 있고,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그가 사는 원룸 월세는 댈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에게 결혼은 ‘행복과 맞바꾸는 그 무엇’이다.

“솔직히 저는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면서 살아도 만족할 것 같아요. 적게 버는 대신 시간이 많고 취미도 적당히 즐길 수 있거든요. 그런데 결혼하면 이렇게 살아선 안 되죠. 여자친구에게 미안해서 결혼 얘기를 꺼낸 적은 없어요. 나 말고 더 좋은 남자가 있을 텐데…. 이런 생각 하면 슬픕니다.”

좋은 직업은 얻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써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원화가 심하고 직업 간 이동성이 떨어지다보니 ‘자리부터 잡고 나서 결혼하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고민은 출산 문제까지 나아간다. 서울대생인 하민영 씨(22·여)는 “방 두 개짜리 집을 살 정도로 자리를 잡은 뒤에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한다고 해서 결혼 전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아이가 불행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부모라면 최소한 자녀가 자신만큼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를 낳으면 엄청난 사교육비와 치열한 교육 경쟁을 감내해야 하는데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고학력 여성일수록 결혼과 출산을 주저한다”며 “자녀를 자기만큼 교육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한 30대는 결혼과 출산, 심지어 연애조차 ‘불리한 게임’일까봐 고민한다. 경기 구리시의 중학교 교사인 강지선 씨(38·여)는 “여자가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게 부담”이라며 “가정에 신경 쓸 정도로 시간 여유가 있는 남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 연구직인 김구현 씨(35·남)는 “한국에선 남자가 결혼과 연애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지 않느냐”며 “그 돈을 자기발전에 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